고용여건 개선, 재정적자 축소가 승부처
중동.北阿 정정불안, 외교 역량 시험대

(워싱턴=연합뉴스) 버락 오바마의 2008년 미국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극심한 경기침체였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제위기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정권교체쪽으로 기울게 함으로써 오바마가 손쉽게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었던 셈이다.

오바마의 집권 2년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었던 2010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했던 것도 경제문제 때문이다. 극심한 실업사태와 천문학적인 재정적자 등에 낙담한 유권자들이 오바마에게 등을 돌린 탓이다.

2012년 대선에 재선도전을 공식 선언한 오바마 대통령앞에 가로놓인 가장 큰 과제 역시 뭐니뭐니 해도 경제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유권자들은 정권 담당자에게 2년마다 냉정하게 책임을 묻는다. 2년의 시간이면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여유를 준 것이니, 전임자를 탓할 것 없이 모든 공과는 본인의 몫이라는 식이다.

미 대통령에게 집권 2년 혹은 4년간의 성적표가 가장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경제지표다. 경제사정이 호전되지 않는 한 아무리 외교적 성과가 훌륭해도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미국 대선의 역사다.

걸프전 승리의 영예를 안고 의기양양하게 1992년 재선에 도전했던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무명의 신예 빌 클린턴에게 패배한 이유도 바로 극심한 경제난 때문이었다.

재선 캠페인에 시동을 건 오바마에게 경제문제는 보약이 될 지, 아니면 독약이 될 지 예측을 불허한다.

2012년 11월 선거때까지 남은 1년7개월간 미국 경제가 확연하게 개선돼 유권자들이 오바마에게 재선 승리를 안겨줄 지, 아니면 지난해 중간선거 때와 같이 경제상황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오바마를 단임 대통령으로 주저앉힐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까지 미국 경제를 짓눌러온 가장 큰 걸림돌인 실업사태는 최근 완만하게나마 개선되고 있지만 그 속도는 여전히 느린 편이다.

최근 넉달 사이에 실업률이 1.0%포인트나 하락하면서 3월 실업률이 8.8%를 나타내 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3월 한 달간 새로 생겨난 일자리도 21만6천개로 작년 5월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고용사정이 점차 나아지면서 올해 총 25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침체 과정에서 7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고용개선 속도는 미흡하기 이를데 없으며 내년 11월 대선때까지 오바마가 수백만 실업자들의 표심을 돌려 놓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는 주택압류 사태다. 주택거래 실적이 바닥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주택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은 압류주택이 시장에 공급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압류 사태가 완화되지 않는 한 건축경기가 살아날 수 없고, 특히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점하는 가계의 소비지출도 증가를 기대할 수 업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압류 사태가 적어도 내년초까지는 완화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 주가와 수출신장세, GDP성장률 등 여타 경기지표들은 오바마의 입장에서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워도 좋을 만큼 양호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야당인 공화당은 이러한 지표는 한켠으로 밀어둔 채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와 연방정부의 부채 문제를 내년 대선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오바마를 낙마시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집권 이후 2년 연속으로 재정적자가 1조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올해 9월말 마감되는 2011회계연도의 재정적자 역시 1조5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미 의회예산국(CBO)이 전망한 바 있다.

이러한 재정적자는 연방정부의 부채규모를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만들어 의회가 1년에 한차례씩 연방정부의 채무한도를 증액하지 않고서는 버텨낼 수 없는 지경이 된지 오래다.

작년말 현재 연방정부의 부채는 14조달러를 넘어섰으며 올해 상반기중에 의회가 채무한도를 증액하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공화당은 연방정부 부채확대를 오바마 행정부의 무책임한 재정지출 확대가 빚은 결과로 몰아세우며 내년 선거에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오바마로서는 1년7개월만에 획기적으로 재정적자와 연방정부 부채를 줄여나갈 묘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2012회계연도에는 재정적자가 1조1천억달러로 줄고 그 이후부터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청사진을 발표했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신통찮은 편이다.

적자 감축을 위해 택할 수 있는 수단 가운데 하나가 세금인상이지만 이는 재선에 도전하는 오바마에게는 꺼내기 어려운 정책이다.

따라서 경제문제에 관한한 오바마의 재선가도는 결코 순탄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문제 역시 오바마의 어깨를 무겁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임 부시 행정부의 유산인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출구전략을 시행하고 있으나 현지 사정은 아직도 혼미를 거듭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자스민 혁명'으로 불리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일대의 민주화 시위와 그에 따른 정정불안은 오바마를 전례없는 외교적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중동에서 이미 2개의 전쟁((이라크.아프간전)을 수행중인 상황에서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단행한 오바마는 철저히 제한적인 역할을 고수하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중심으로 한 유럽국가들을 측면에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본토가 직접 공격당한 9.11테러에 대한 응전 성격으로 이뤄진 이라크.아프간 전쟁과 달리 리비아 군사개입은 정당성을 잃은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무력공격을 가하는데 대한 제재 차원에서 비롯된 성격이기 때문에 미국이 애초부터 지상군 투입을 배제한 채 제한적인 군사지원만을 담당키로 것은 일면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무아마르 카다피 체제의 축출에 실패하고 리비아 사태가 장기내전 상황으로 빠져들 경우 이로 인한 외교적 실패에 대한 책임론에서 오바마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딜레마다.

오바마는 이슬람세계에 화해의 손을 내밀고 핵없는 세상을 추구하며 노벨평화상이라는 화려한 훈장까지 목에 걸었지만, 이런 영광은 갈수록 빛을 잃어가고 골치아픈 리비아 사태와 시리아.바레인.예멘.코트디부아르 등 여타 지역의 정정불안은 외교적 부담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문제를 순탄하게 풀어갈 경우 오바마의 외교적 역량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재선승리에 밑거름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외교이슈가 공화당 진영에는 신명나는 공세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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