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수란 기자]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영남권 민심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뒤늦게 수습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 1일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지역민의 반응은 싸늘했다.

영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범시도민 결사추진위원회 강주열 본부장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 “대통령의 공약은 말 그대로 국민과의 약속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역 시민단체 등은 계속해서 신공항 백지화 철회를 요구하기로 하고 먼저 오는 8일 저녁 대구백화점 앞에서 대규모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규탄 및 재추진 범시도민 총결의대회’를 연다. 오는 15일부터는 매주 금요일 같은 장소에서 촛불문화행사를 열 예정이다.

경남 밀양을 밀었던 대구·경북·경남·울산은 계속해서 신공항을 추진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대구·경북·경남·울산 등 4개 시·도는 공동성명을 통해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사태는 정부의 책임”이라면서 “신공항 백지화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국토연구원의 용역과 이번 평가결과는 신뢰성이 없으므로 국제적인 전문기관의 보다 객관적인 재평가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엄용수 경남 밀양시장은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믿음도 신리도 없는 대통령과 무책임한 정부의 말을 믿고 3년간 달려왔는데 철저하게 우롱당했다”고 침통해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신공항은 후손들을 위한 것이다. 영남권 지자체와 협력해 밀양 신공항 건설을 위해 더욱더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의 기업유치가 국제적 접근성 없이는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현 정부에서 안 되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신공항 건설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영남권 지자체 의회도 신공항 백지화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대구시의회는 “정부는 국토의 동남권에 대한 사망선고를 했다”며 “이번 평가는 신공항을 건설하느냐 건설하지 않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반드시 건설한다는 것을 전제로 어느 곳에 건설하는 것이 더 적합한 것이냐의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는 1300만 지역민을 기만했다.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지역민에게 사과하라”며 철회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부에 투쟁할 것을 경고했다.

경북도의회도 성명서를 통해 “평가결과 발표 이전에 신공항 백지화를 수도권 언론에 흘려 민심을 동요하게 하더니 결국 이를 실현함으로써 영남 지역민의 염원을 저버렸다.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영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범시도민 결사추진위원회의 강주열 본부장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 한마디로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이 정부에서 신공항을 건설하지 못한다면 시민의 힘으로라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결사추진위는 단식농성과 여당의원 낙선운동, 궐기대회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나라당 대구시당은 사무처 당직자와 당원 등이 참여해 신공항 백지화에 항의하며 지난달 30일 당사에서 철야농성을 벌였다. 이를 통해 대구시당은 신공항 백지화를 수용할 수 없다는 시민들의 민심을 전달하며 반드시 밀양공항이 건설되도록 하자는 결의를 다졌다.

민주당 대구경북 시도당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대통령은 공개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내년 총선과 대선 공약으로 밀양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영남권 지역민의 실망감도 만만치 않다. 신공항 입지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신공항 백지화 가능성이 불거지자 지난달 28일 대구시민 500여 명은 동성로 광장에 모여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배현정(32, 가명) 씨는 “지역 간의 감정만 부추기고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자는 정부에 실망스럽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 당시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불필요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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