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일당과 포털사이트 댓글조작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1.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일당과 포털사이트 댓글조작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 ⓒ천지일보 DB

특검팀 “김 지사, 식사 없이 킹크랩 시연회 참여”

김 지사 측 “식사한 뒤 경공모 브리핑만 들어”

상충된 주장에 ‘닭갈비 식사’ 재판 핵심으로

 

김 지사 측 “포장해서 ‘산채’에서 먹었다” 주장

특검팀 측 “경공모 회원들만 닭갈비집서 식사”

닭갈비집 사장 “포장해 간 게 맞다” 핵심 증언

 

경공모 회원들, 돌연 “김 지사 식사 안 했다”

앞선 재판 증언과 달라 재판부 ‘위증’ 경고

 

前재판부 “시연회 봤다” 잠정결론 다시 주목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드루킹’ 김동원(51)씨 일당과 포털사이트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53) 경남도지사에 대한 항소심에서 ‘닭갈비 논쟁’이 벌어졌다.

김 지사가 만약 ‘닭갈비’를 먹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회는 보지 않았을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현 재판부로 바뀌기 전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결론에 따라 항소심 재판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김민기 하태한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김 지사 사건 재판에서 드루킹의 조직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인근 닭갈비집 사장 홍모씨를 불러 증언을 들었다.

닭갈비집 사장이 이 재판의 왜 증인이 됐을까.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앞서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회가 열린 2016년 11월 9일 킹크랩 로그 기록 등을 통해 김 지사가 당일 오후 6시 50분 드루킹 일당이 운영한 느릅나무 출판사의 사무실 이른바 ‘산채’에 도착해 1시간가량 브리핑을 들었다고 판단했다.

이후 다른 이들은 모두 강의장을 나간 뒤 김 지사와 드루킹만 독대해 오후 8시 7분 15초부터 오후 8시 23분 53초까지 킹크랩 시연회를 진행했다고 본다.

그러나 김 지사 측은 도착 후 오후 8시까지는 저녁을 먹고, 오후 9시 14분까지 경공모 브리핑을 들은 뒤 그곳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바로 김 지사 측이 저녁을 먹은 메뉴가 ‘닭갈비’였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은 경공모 회원 중 한명인 닉네임 ‘파로스’ 김모씨의 이름으로 ‘정통 닭갈비’ 15인분이 결제된 영수증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 영수증에서 주목할 부분은 ‘테이블 25’라고 적힌 정산좌석 기록이다.

특검팀은 이를 김 지사가 아닌 경공모 회원들만 닭갈비집에 가서 식사한 것으로 봤고, 김 지사 측은 포장해 와서 산채에서 먹었다고 주장했다.

닭갈비집 사장 홍씨는 김 지사 측 손을 들어줬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김모씨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방 1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드루킹 김동원씨. ⓒ천지일보 DB

◆닭갈비집 사장 “영수증의 25번 테이블은 ‘가상’”

그는 “20~25번은 가상의 테이블”이라며 “손님이 혹시 계산을 안 했다거나 예약을 했다거나 포장을 했다거나 이럴 때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홍씨는 “우리는 정통 닭갈비만 15인분 식사하고 갈 순 없다.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코스 메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닭갈비집에서 공기밥이나 다른 걸 먹지 않고 닭갈비만 먹고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즉 ‘정통 닭갈비’만 15인분만 주문한 건 포장이기 때문이고, ‘테이블 25번’은 포스기 입력상 편의를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홍씨에 따르면 닭갈비집에도 실제 25번 테이블은 없었다. 해당 닭갈비집은 벽을 사이로 ‘철판 닭갈비’와 ‘숯불 닭갈비’로 나뉘는데, 경공모 회원이 주문한 ‘정통 닭갈비’는 철판 닭갈비다. 즉 철판 닭갈비 쪽엔 25번 테이블이 없다.

이날엔 김 지사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고 주장하는 경공모 회원 조모씨도 증언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엔 저녁을 먹지 않았다고 다른 증언을 했다.

그는 “여러번 생각해봤는데, 그날 저녁을 먹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닭갈비를 먹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기억이 나는데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위증임을 염두에 두라”고 경고했다.

드루킹의 동생 김모씨도 재판에서 “11월 9일엔 온다고 한 시간보다 늦게 와서 같이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서 역시 위증 경고를 받았다.

◆전임 재판부는 “‘김 지사, 킹크랩 시연회 봤다”고 잠정 결론 냈었는데…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전보다 늘면서 변경 전 재판부의 판단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법원 정기인사로 현 재판부로 교체되기 전의 재판부는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드루킹에게 ‘킹크랩’ 시연을 받았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증명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지사의 유리한 증언이 나오면서 전임 재판부의 ‘잠정 결론’이 흔들릴 가능성도 커졌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프레젠테이션(PT)을 새로 받으며 사건 전반에 걸쳐 검토에 나선 현 재판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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