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섭스님이 "활기찬 노년을 설계해 드리는 것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노인복지의 역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노인이 당당한 나라가 선진국, 노인복지 일자리까지 제공해야”

“노인이 당당한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하루 3500여 명의 노인들이 이용하는 ‘서울노인복지센터’의 전 관장 가섭스님의 말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어른들’이 주인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의 전 직원 및 자원봉사자들은 어른들이 여가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협력자‧조력자 역할을 한다.

노인복지와 신(新)노인 문화의 허브인 서울노인복지센터는 노인문화의 중심지인 탑골공원의 성역화 사업에 따라 2001년 4월 서울시가 설립하고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조계사가 위탁 운영하는 노인문화사회복지기관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노인문제를 해결하고 노인권익향상을 위해 설립한 국내 최대의 어르신복지공간으로 노인의 사회참여를 확대하고 ‘신(新)노인 문화’를 창출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의 중심에 가섭스님이 있었다. 그를 만나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의 추억과 불교이야기를 들어봤다.

◆ 사홍서원-신심 일어나
가섭스님은 어릴 때 절에서 자랐다. 그는 자연스럽게 불교문화에 익숙해질 수 있었고 그래서 그가 스님이 된 것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도 한때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도 있어 세상일을 하기도 했다. 군대 제대 후 출판업을 하고 있던 스님은 지방으로 출장을 가던 중 <육조단경>을 읽게 됐다. <육조단경>의 뒷부분에 사홍서원이 있는데 스님은 ‘중생무변서원도(衆生無邊誓願度, 중생이 한없지만 다 건지오리다) 번뇌무진서원단(煩惱無盡誓願斷, 번뇌가 끝없지만 다 끊으오리다)’라는 대목을 보면서 ‘신심’이 확 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출가해야겠다고 생각해 바로 해인사로 갔다. 행자 생활을 마친 스님은 삭발식을 할때 쭉 밀린 머리카락이 대야에 담긴물에 떨어지는 것을 보니 가슴에 누르고 있던 큰 바위 같은 것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슬프거나 눈물이 난 것이 아니라 ‘이제는 편하게 살수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 사회복지와의 인연
가섭스님은 수행을 하면서 부처님 가르침의 전달 체계와 방법에 회의가 들었다. 한문으로 가르치고 상단에서 소리치는 기존의 방식에 대한 회의였던 것이다. 그러다 스님은 우연히 사회학 책을 읽게 됐다. 그 책을 읽고 사회가 하나의 유기체라는 것을 느꼈다. 사회학에 매료된 스님은 사회학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 사회학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중앙승가대학에 입학을 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스님은 사회복지학이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종합적인 학문이요, 현대의 이론화된 일체의 학문이 복합적으로 융합된 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스님은 1학기를 마쳤는데 기대하지도 않은 복지학과 수석을 했다. 복지학을 더 깊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스님은 유학을 가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주지소임을 맡아 3년간 살았다. 2001년엔 해인사 강사 생활도 했다.

강사 생활을 마친 스님은 불교계 NGO 단체인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사무처장과 집행위원장으로 6년간 활동했다. 스님은 집행위원장 임기 말에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직을 제의받고 노인복지의 새로운 장을 펼쳐나갈 수 있었다.

◆ ‘신 노인상’ 주체‧주도적인 노인으로 변화
스님은 “‘노인’ 하면 돌봐주고 지원‧후원해 줘야하는 대상으로 그동안 인식돼 왔다. 2026년이 되면 노인인구가 20.6%가 된다. 그러면 젊은 사람 두 사람이 한 사람의 노인을 책임져야 한다. 지금부터 50년 후에는 한 사람의 젊은이가 한 사람의 노인을 돌봐야 하는 시대가 온다”고 내다봤다.

노인을 수용‧보호해주고 시혜의 대상으로 생각하면 사회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노인복지에 대한 우리 모두의 마인드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노인을 사회구성원의 역할을 할 수 대상으로 만들어야 하며 어른 스스로도 그런 인식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스님이 꿈꾸고,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추구하던 ‘신(新) 노인상’이다. 노인을 외부로부터의 보호대상이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하는 주체‧주도적인 활기찬 노인으로 변화시키자는 의미다.

그런 노인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노인복지관에 종사하는 구성원이라는 것이 스님의 판단이다. 노인복지관 구성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스님은 설명했다. 스님은 “노인복지관 종사자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이 ‘멀티사회복지사’ 양성이다. 사회복지사가 맡은 분야만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순환보직’을 통해 한 사람이 여러 일을 할 수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의 노인복지는 융합된 서비스 즉 문화‧건강‧복지서비스 등이 아울러 일자리까지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스님은 노인복지센터가 원래의 목적을 잊으면 안 된다는 말을 강조했다. 그는 “노인 복지의 목적은 ‘여가활동’이다. 여가에는 건강‧문화사업 등이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노인복지관에는 ‘활기찬 노년을 설계해 드리는 것’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노인복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노인영화제를 세계적인 영화제로
가섭스님이 관장 재임 중 특별히 신경을 쓴 사업은 ‘서울노인영화제’였다. 서울노인영화제는 어른들이 직접 촬영 감독 나레이션 편집해 출품을 한다. 어른들의 눈으로 바라본 노인 사회현상 역사 문화 등을 소재로 찍는다.

작년의 경우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내용 구성면이나 촬영 등에서 수준 높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가섭스님은 귀띔했다. 스님은 이 영화제를 세계적인 노인영화제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스님은 세계 노인문화를 대한민국이 이끌어 가고 그 중심에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있다는 포부가 있었다.

◆ 무료급식
서울노인복지센터는 노인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무료급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모든 노인복지관에서는 노인들에게 급식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스님의 견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점심값 2500원이 없어 거리를 헤매는 노인들이 많은데 이제는 국가에서 노인들이 점심 한 끼라도 편하게 드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어른들이 어디를 가든 편안하고 존경받으며 당당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얘기다.

▲가섭스님은 "언론에서 노인들을 지원해 줘야 하는 소외된 대상으로 비춰주는 것보다는 노인들의 활기찬 모습, 에너지 넘치는 모습들을 많이 담아 줄 것"을 부탁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어른-혼자 있는 시간 최대한 줄여야
가섭스님에게 복지관 관장으로 재임 중 가장 보람되고 기뻤던 순간에 대해 물었다. 스님은 “어르신들이 사회적기업에서 밝은 모습으로 일하며 그분들이 언론을 통해 ‘활기찬 노년’ ‘제2의 인생도약’ ‘건강한 노년’의 모습으로 보도될 때, 세계 어느 나라 노인보다 당당하고 행복한 노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언론에서 노인들을 지원‧보호해 줘야 하는 소외된 대상으로 비춰주는 것보다는 노인들의 활기찬 모습, 에너지 넘치는 모습들을 많이 담아 줄 것”을 부탁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노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이것이 가섭스님이 어른들에게 특별히 부탁하는 말이다. 스님은 어른들에게 “홀로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며 “서울노인복지센터를 비롯해 가까운 노인복지관을 찾아주시면 건강한 노년, 외롭지 않은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거듭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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