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지검장이 20일(현지시간) 검찰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앞서 미 법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근을 수사 중인 버먼 교체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지검장이 20일(현지시간) 검찰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앞서 미 법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근을 수사 중인 버먼 교체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사임 거부한 지검장 직접 해임

뚜렷한 이유 밝히지 않아 논란

트럼프 측근 조사에 ‘눈엣가시’

[천지일보=이솜 기자] “당신 해고야!(You’re fired!)”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4년부터 2015년 대선에 뛰어들기 전까지 10년 넘게 프로듀서 겸 진행을 맡았던 NBC 방송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서 유행시킨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매특허가 된 이 말을 백악관에 와서도 여러 관료들에게 행사해왔다.

이번 주말,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의 한 지검장에게 또 해고 통보를 했다. 문제는 이 지검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에 대한 수사를 해 왔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껏 금요일 밤마다 자신과 뜻이 맞지 않은 여러 고위직 관료를 해임시켜왔으나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조치를 한 데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해임된 당사자는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린 뉴욕 남부지검의 제프리 버먼 지검장이다. 뉴욕 남부지검은 주가조작을 비롯한 화이트칼라 범죄 수사로 유명한 수사기관이다. 법무부 산하 93개 지검 중 정치적 독립성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버먼 지검장에게 서한을 보내 “당신이 물러날 의사가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오늘부로 해임을 요청했고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고 통보했다.

바 장관은 이어 상원에서 후임을 인준할 때까지 차석인 오드리 스트라우스가 지검장 대행을 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퇴할 의사가 없다면서 정상 출근했던 버먼 지검장도 “즉시 사무실을 떠나겠다”며 통보를 받아들였다. 미국 언론들은 바 장관이 지검장 대행으로 스트라우스 차장 검사를 지명한 것이 버먼 지검장의 마음을 바꾼 것 같다고 해석했다. 스트라우스 차장 검사는 버먼 지검장과 함께 일해 온 만큼 뉴욕 남부지검이 진행 중인 수사를 중단 없이 지휘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2018년 취임한 버먼 지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사 노릇을 한 마이클 코언을 기소해 3년 형을 받게 했고 트럼프 재단의 선거자금법 위반을 수사했다. 최근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나 해고 당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불법적인 행위로 뉴욕 남부지검의 수사 대상이 됐기 때문에 지검장을 바꾸려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남부지검의 존재를 불편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뉴욕 남부지검의 터키 국영은행 수사 문제를 챙겨달라는 터키 대통령의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가 임명한 검사들이 교체돼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트럼프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궁금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에 대한 뉴욕 남부지검의 과거 수사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수사가 인사교체의 배경이 됐을 수 있다는 취지의 트윗을 남겼다.

바 장관이 검사장 교체를 발표할 때도 교체 사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장애물을 제거했다는 식의 해석이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작 버먼 검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케이’ 사인을 받아 그 자리에 앉은 공화당 지지자다. 트럼프 인수위원회에서 직을 가지고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면접을 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있었으나 취임 후 권력을 눈치를 보지 않는 수사 지휘로 검사들의 신망을 얻었다고 CNN은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버먼 지검장의 해임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거리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버먼 지검장을 왜 해임했느냐는 질문에 “그건 법무장관에게 달린 일이다. 법무장관이 그 문제를 맡고 있고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해임했다고 서한에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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