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결정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 국익을 위한 결정이었다며 공약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1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히며 “특히 영남지역 주민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나라 살림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경제적 타당성이 결여될 경우 국가와 지역의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 정부와 미래 세대가 떠안을 부담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후보 때 국민에게 공약한 것을 지키는 것이 도리이고 매우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때로는 이를 지키는 것이 국익에 반하면 계획을 변경하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신공항은 여건상 짓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해당 지역 발전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의지는 변함없이 지속될 것임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히며 영남권 민심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미 예견된 것들이었다. 당장에 여권 내부에서 입장 충돌로 불만이 들불처럼 번지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한정돼 있었고, 이에 이 대통령은 과감하게 ‘정면 돌파’ 카드를 뽑아 들었다. 결국 이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보상을 진정성의 잣대로 내걸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문책성 인사 없다”
이 대통령은 ‘탈당 가능성과 문책성 인사’를 묻는 질문에 “보고를 받고 제가 결단을 했기 때문에 내각이나 청와대에 대한 문책성 인사는 없음을 말씀드리고, 탈당 여부를 말하는 것은 화가 나신 분들의 말씀 아니겠는가.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밝힘으로써 개각이나 전격 탈당은 없다고 방어막을 쳤다. 어그러진 국정 기류를 바꿀 수 있는 ‘이벤트’가 약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말미에도 개각을 단행하지 않는 이유를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 경제가 옛날 경제와 달라서 해외와 전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그런데 인사가 너무 잦으면 우리가 이 국제 교류에서 오늘 이 사람이 나타났다가, 내일 저 사람이 나타나면 힘들다”면서 “남의 나라 얘기는 안 하겠지만, 내 임기가 지금 3년이 지났는데 내가 5번째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그것이 글로벌시대의 경쟁력을 상당히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래서 저는 필요에 따라서 (개각을) 할 것이다. 필요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쇄신한다고 너무 자주 인사를 하면 옳지 않다”며 “과거 정권 통계를 내보니 평균 장관이 (임기가) 9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9개월밖에 안 되는 장관을, 그 밑에 있는 사람이 장관 말을 듣겠느냐, 몇 달 있으면 떠날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H와 정면출동 피해
기자회견에선 유력 대권 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번 문제와 관련해 박 전 대표를 직접 만나 대화할 용의가 있는지. 앞으로 박 전 대표와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라고 묻는 말에 이 대통령은 “박 대표와 그런 관계를 너무 그렇게 보실 필요가 없다. 선의로 보는 게 좋다. 지역구인 고향에 내려가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입장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또한 “내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는 것도 아마 이해할 것”이라며 “난 그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언론에서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가지고 크게 마찰이 생겼다, 충돌이 생겼다 그런 보도는 안 하셔도 된다”고 차단막을 쳤다.

◆“천지개벽해도 독도는 우리 땅”
신공항 부지 선정 이외의 현안과 질문도 쏟아졌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일본의 독도 교과서 파문과 관련해 “저도 대통령으로서 말을 아끼고 있을 뿐이지 심정은 국민이 생각하는 것과 똑같다”면서 “천지개벽을 두 번 하더라도 이것은 우리 땅이다. 우리 땅이고,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한 “실효적 지배를 위해 해야 할 구체적 사업을 왜 조용하게 하느냐고 하지만, 실효적인 지배를 강화하는 일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 관련해선 “무고한 용사들이 연평도에서 희생을 당했다. 북한은 저질러 놓은 일에 대해서 사과 표시를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서 “북한이 진정성이 있으면 천안함과 연평도 폭침에 대해 진지한 마음으로 진정한 자세로 대답을 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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