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힐스 시행사대표, 서미갤러리ㆍ그룹임원에 소송
갤러리ㆍ임원측도 반소 제기

(서울=연합뉴스)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의혹에 연루된 핵심인물들이 고가 미술품 양도와 채무 문제로 복잡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 M사 대표 박모씨는 작년 11월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와 오리온그룹 고위 임원 조모씨를 상대로 채무 4억9천여만원과 미국 유명화가 앤디 워홀의 작품 '플라워'를 돌려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박씨는 그룹 계열사인 메가마크가 시공한 흑석동 '마크힐스' 건축사업 시행사 대표를 맡았으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또 서미갤러리는 비자금 세탁 창구로 의심받고 있으며, 조씨는 비자금 조성을 배후에서 지시했다는 의혹으로 조만간 소환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소장에서 "(청담동 마크힐스 시행사인) E사로부터 양도받은 서미갤러리에 대한 40억6천여만원 상당의 채권 가운데 과거 채무 등을 공제한 4억9천여만원을 돌려받아야 하지만 홍 대표가 이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그림에 대해서는 "2009년 3월 판매해달라고 조씨에게 부탁했는데 조씨가 이를 다시 홍씨에게 위탁했다. 이후 얘기가 없어 홍씨에게 그림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반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송은 지난 1월 첫 변론기일이 열렸고 오는 31일 두 번째 기일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씨가 돌려달라고 한 그림이 오리온그룹 비자금 의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 측이 비자금 조성에 활용한 여러 그림 중 하나일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비자금 조성 실무작업을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는 조씨가 그림 양도 과정에 개입된 점 때문에 이런 의심을 증폭시킨다.

워홀의 플라워 연작 중 하나로 1965년작인 이 작품의 가격은 수억원대로 평가된다.

소장에 언급된 채권관계 금액이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의혹 액수와 정확히 일치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비자금 의혹이 박씨와 오리온그룹 간에 금전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거졌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실제 오리온그룹측은 작년 초 박씨를 상대로 모두 3건에 합계 2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그해 7월 소를 모두 취하한 바 있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워홀 그림은 조씨와 개인적인 채무관계에 있던 박씨가 채무에 대한 담보로 맡긴 것"이라며 "평소 그림거래를 많이 하는 박씨가 조씨에게 그림을 팔아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씨와 홍 대표는 이날 법원에 박씨를 상대로 1억5천만원의 대여금 관련 반소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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