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연설서 리비아 '제한적' 군사개입 적극 설명
"리비아에 美국익, 가치 걸려 있어..학살방지 임무 완수"

(워싱턴=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8일 리비아 사태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은 리비아인들에 대한 학살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목표였으며, 이런 군사적 임무를 정권교체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저녁(미국 동부시각) 주요 TV방송으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미국 국방대학(NDU)에서 행한 리비아 사태 관련 대국민연설을 통해 미국의 '제한적' 군사개입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의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다고 지적하고 "그것은 우리의 국가이익과 가치에 맞지 않기 때문에 군사개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군사행동의 위험과 비용을 생각할 때 우리는 전 세계의 많은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꺼려왔다"고 전제하면서도 미국의 국가이익과 가치가 걸려 있을 때는 무력사용이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카다피의 학살이 계속되면 수천명의 난민이 리비아 국경지역에 몰려들게 되고, 결국 평화롭지만 아직은 불안한 이집트와 튀니지의 민주화 이행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전략적 이해관계를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 방공시설에 대한 공습과 비행금지구역설정, 카다피군의 보급차단 등의 성과를 열거하면서 "오늘 밤 나는 카다피의 '죽음의 진격'을 저지했다고 보고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카다피가 권력을 잃게 된다면 상황은 개선될 것이며, 자신은 물론 세계의 지도자들도 그런 목표를 수용하고 비군사적인 방법으로 적극 추구할 것이지만 "군사개입의 임무를 정권교체로까지 확대하는 일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힘으로 카다피를 축출하려고 시도한다면, 연합군은 분열될 것이고 미국은 지상군을 투입해야만 하거나 공습으로 많은 리비아 시민을 살상할 수도 있게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미군의 위험도 훨씬 커지며, 이후 발생할 미국의 비용과 책임 부담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정권교체를 달성하는 데 8년의 세월과 수천명의 미국인 및 이라크인들의 목숨, 1조달러의 전쟁비용이 필요했다면서 "우리는 이런 일을 리비아에서 되풀이할 여유가 없다"고 '제한적' 군사개입의 필요성을 재삼 강조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설령 카다피가 권좌에서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리비아는 위험한 상태로 남게 될 것"이라며 "리비아인들을 책임지는 합법적 정부로의 전환은 힘든 과제가 될 것이며,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도움이 있겠지만 결국 이는 리비아인들의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29일 영국을 방문해 리비아의 야당 및 30개여국 참가자들과 카다피를 압박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노력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리비아 군사개입의 목표와 전략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따라서 이날 연설은 군사개입에 대한 적극적인 배경 설명을 통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그가 이날 대국민연설에서 밝힌 입장은 지난주 대의회 설명 등을 통해 이미 알려졌던 내용이어서 과연 부정적인 여론을 얼마나 돌려놓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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