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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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에 환경기준 마련 권고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정신의료기관 보호실에 차폐시설 없이 변기와 침대를 함께 설치한 것은 인간의 기본적 품위를 훼손하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2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2018년 폐결핵 치료 중 정신질환 병증 치료를 위해 모 병원에 입원했던 당시 보호실에 CCTV가 설치돼 있어 대소변을 보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개인의 민감한 부분이 모두 노출돼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조사결과 병원 보호실에는 침대와 좌변기가 동일한 공간에 설치돼 있고, 차폐시설이나 환기시설도 갖추지 않은 상태로 취침을 하고 식사를 하도록 돼 있었다”며 “게다가 잠금 시설이 보호실 밖에만 설치돼 있어 관계인들이 아무 때나 출입이 가능했고, CCTV에 상시 노출돼 있으며 출입문을 통해 언제든지 보호실 안을 볼 수 있는 구조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품위를 훼손하는 처사로, 건강권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 것”이라며 “보호실의 환경은 치료목적과는 달리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환자의 안전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보호실도 일반병실 환경과 유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권위 조사결과 해당 병원뿐 아니라 다른 병원의 보호실도 재정형편에 따라 소변통이나 이동식 변기를 사용하거나, 차폐시설 없이 보호실 내 변기를 설치하는 등 환경이 제각각이었다.

인권위는 현재 정신의료기관 폐쇄병동의보호실 시설 규모 및 설비에 대한 공통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해, 보건복지부(복지부)에 보호실 구조 및 설비 등에 관한 공통된 기준을 마련할 것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또는 복지부 훈령에 포함시킬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집단감염에 취약한 정신의료기관 시설환경에 대한 방문조사를 실시하며, 다인실 구조의 폐쇄형 시설환경 등으로 인한 정신장애인의 건강권 차별 개선을 위한 조사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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