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최악의 상황을 맞은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 겸 부총리는 결국 중국의 장기적 전략이 승리를 이끌고 동아시아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서구 국가들은 체질적으로 중국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 어려우므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5일(현지시간) 피셔 전 장관은 전 세계 유명인사들의 기고 전문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글로벌 파워의 미래’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피셔 전 장관은 먼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혼란이 세계전쟁과 유사하다며 비교했다. 그는 “1차 세계대전의 시작은 긴 평화를 끝냈을 뿐만 아니라 경제 통합과 세계화를 중단시켰다. 세계 각국 정부는 새로운 보호주의 의제를 추진하면서 경제 성장은 전반적으로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대영제국이 지배적인 경제·군사 강국이었으나 2차 세계대전과 소련 붕괴 후에는 한층 강화된 패권 지위가 미국으로 대체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면 문제는 코로나19 위기로 세계 전력의 분포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이다”라고 질문을 던졌다. 피셔 전 장관은 “대유행의 영향이 두 세계대전의 영향과 비교될지는 두고봐야 한다”면서도 “분명히 이 규모의 세계경제 위기는 심각한 지정학적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이 세계 강대국 1위 자리를 고수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많은 조짐은 신흥 강대국인 중국이 승리해 동아시아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피셔 전 장관은 코로나19 사태 전 미중 경쟁은 21세기의 정의로운 패권 분쟁으로 형성되고 있었지만 미국의 올해 대통령 선거와 코로나19 위기가 겹치면서 미중간의 갈등은 더욱 커지고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피셔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서는 11월 선거에 모든 것이 달렸다. 전염병 대유행을 잘못 관리하고 전례없는 국내 경제위기를 이끈 트럼프 대통령은 희생양이 필요한데, 이는 당연하게도 중국이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대부분이 미국 사회를 분열시켰지만 대(對)중국 접근은 폭넓은 초당적 지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피셔 전 장관은 그럼에도 미국의 글로벌 리더 역할을 부정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끈질긴 노력은 대중 접근법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며 “트럼프 정부의 미국은 무엇을 원하는가? 책임감 없이 이끄는 것? 그것은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단기적 사고에 빠져 있는 동안 중국은 미국의 내부 변화로 생긴 지정학적 공백을 뺏어오기 위한 장기 전략을 끈기 있게 추진하면서 글로벌 리더십과 투자의 대체 원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 대유행은 미국이 부패한 초강대국이라는 일반적 인상을 강화시키고 있으며 곧 전략적으로 능숙하고 경제적으로 역동적인 중국에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셔 전 장관은 중국 주도의 세계질서에서는 유럽이 패자가 될 것이라며 중국은 규범적 측면에서 결코 유럽의 진정한 동반자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은 이미 너무 크고 성공적이며 중요해서 무시할 수 없다”며 “협력이 필요하다. 대중국의 전략적 개입과 이에 대한 굴종을 구분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피셔 전 장관은 “열강들의 흥망성쇠에 대한 오랜 이야기는 지금 바이러스에 의해 다시 쓰여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 장이 평화롭게 펼쳐지기를 바랄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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