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오브라이언(사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월 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안보 관련 기자회견에서 답변중이다. (출처: 뉴시스)
로버트 오브라이언(사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월 2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안보 관련 기자회견에서 답변중이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시 대중국 제재를 재차 경고하며 법 제정 추진 중단 압박을 강화했다.

또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에 대한 불투명성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비교하며 중국이 은폐했다고 비난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이날 NBC,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입법 추진이 미국의 중국 제재로 이어지고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그들(중국)은 이 국가보안법을 가지고 홍콩을 기본적으로 장악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중국이 장악하며 홍콩은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서 남을 수 있을지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의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근거해 홍콩에는 무역, 관세, 투자 등에서 중국 본토와는 다른 특별대우를 부여해왔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중국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서도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그들의 바이러스에 관한 은폐는 체르노빌과 함께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부터 10~15년쯤 뒤에 (미국 영화채널인) HBO 특집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BO는 1986년 4월 역사상 최악의 원전 재앙으로 기록된 옛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와 관련해 국가의 은폐·축소 등을 담은 드라마를 지난해 방영했다.

이같이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의 홍콩보안법 직접 제정을 놓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라는 외신 전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홍콩을 억제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의 이번 시도는 충동적 행동이 아니라 몇 달에 걸쳐 준비한 고의적 행동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분노를 계산에 넣기는 했지만 치러야 할 커다란 지정학적 대가는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후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홍콩 시내 중심가에서 24일 시위 참가자들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홍콩 시내 중심가에서 24일 시위 참가자들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특히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 대처에 정신이 팔린 사이 중국이 이웃 국가들을 상대로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힘을 과시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지도부가 코로나19 극복으로 힘을 얻고 과거와 달리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장 피에르 카베스탕 홍콩침례대학 교수는 “전에는 중국이 신중하고 전 세계에서 소프트파워를 쌓으려 노력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그런 시대는 시진핑의 출현과 함께 사라졌다”고 말했다.

신문은 시 주석의 홍콩보안법 제정이 2014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단행한 크림반도 강제 병합의 ‘비폭력 버전’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당시 국제사회의 왕따가 되는 듯 보였으나, 그렇지 않았고 여전히 크림반도를 지배하고 있다.

시 주석의 경우 무력 대신 법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국제사회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독재자의 자신만만한 행동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NYT는 비판했다. 카베스탕 교수는 “(중국)공산당은 더는 반응에 신경쓰지 않는다. 왜냐면 이것은 생존, 일당체제의 안정성에 관한 문제이자 옛 소련의 운명을 피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홍콩은 점점 더 중국 체제의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03년에도 홍콩보안법을 추진했다가 대규모 반대 시위에 뜻을 접었으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라나 미터 옥스퍼드대 중국센터장은 “중국의 경제는 2003년에도 커지고 있었으나 세계 2위는 아니었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거대국가”라면서 “이제 더는 독재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나라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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