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연) 등 장애인단체가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경남 합천고려병원 정신장애인 구타 사망 사건 대책 마련 촉구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0.5.18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연) 등 장애인단체가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경남 합천고려병원 정신장애인 구타 사망 사건 대책 마련 촉구’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0.5.18

장애인단체,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등 촉구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정신장애인을 위해 운영돼야할 병원이 오히려 인권침해와 괴롭힘으로 장애인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 없었습니다. 정신장애인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고, 이들의 인권을 위한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합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연) 등 장애인단체는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경남 합천고려병원 정신장애인 구타 사망 사건 대책 마련 촉구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촉구했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경남 합천군의 한 병원에서 정신장애인이 남성 간호사의 폭행에 의해 의식을 잃은 후 2시간을 방치 당했고, 8일 뒤인 지난달 28일 사망했다.

이들은 “폭행이 죽음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은 ‘취침 시간에 병실에 들어가지 않아서’였다”며 “(게다가) 당사자의 죽음에 병원이 내놓은 대답으로 ‘환자 스스로 넘어졌다’고 변명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고, 이후 이들의 인권을 위한 대책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요청하는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하고자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조순득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회장은 “사람이 태어나면서 당연히 주어지는 권리가 인권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선 인권이 가장 중요하고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며 “그럼에도 지켜지지 않으니까 차별금지법 등 특별법을 만들어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인권이 보장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애지중지 잘 키우던 자식이 치료를 잘 받고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 병원에 보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간호사에게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어떻겠냐”며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권실태 조사를 통해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염형국 공익인권재단 공감 변호사는 “비단 이번 사건 뿐 아니라 계속 반복해서 간호사와 보호사에 의한 인권침해가 있어왔다”며 “그러나 항상 해당 지자체는 주먹구구식으로 사건만 해결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22년 전에도 해당 병원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정신장애인 15명이 견디지 못해 탈출했다”며 “(이들이) 가혹행위와 폭력에 대해 진술했지만, 특별한 것 없이 그냥 지나갔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사건은 개별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한 사건으로 있어선 안 된다”며 “경남의 모든 정신병원과 요양시설에 대해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는지 전수조사를 실시해 합당한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재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홍보국장은 “이 사회에서 정신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는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신장애인들은 복지와 의료의 중간 그 어디에서 찾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 사건은 한 개인의, 한 병동의 의료진과 장애인 당사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제도와 정책과 사회적 관점에서 풀어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김영희 장추연 대표는 “우리는 끊임없이 정신장애인이 사람답지 못하게 살고 있다고 말해왔고 인권위에 와서 호소했고, 경찰, 지자체, 국회 앞에서 안 해본 적이 없을 만큼 해왔다”며 “그럼에도 병원에서 정신장애인이 치료를 잘 받고 있으며, 시설이나 지역에서도 잘 살고 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김 대표는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은 정신장애인이 있는 사람도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 인간다운 삶을 산다는 것”이라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차별이나, 인권침해, 사람답지 못한 대우를 받는 게 아닌 지역과 병원에서 잘 치료를 받고 국민으로 보장받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연) 등 장애인단체가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경남 합천고려병원 정신장애인 구타 사망 사건 대책 마련 촉구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0.5.18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연) 등 장애인단체가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경남 합천고려병원 정신장애인 구타 사망 사건 대책 마련 촉구’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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