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아미시프로젝트>의 한 장면 ⓒ천지일보(뉴스천지)

살인범을 용서한 아미시 주민 이야기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2006년 미국 아미시, 남자 우유배달부가 아미시에 있는 초등학교에 들어가 10명의 아이들을 총으로 쏘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 미국이지만 평화로운 삶을 사는 아미시인들의 마을은 미국의 유일한 안식처로 여겨진 터라 총기 사건의 충격은 더했다.

사건 자체만으로 미국 전역이 충격에 휩싸였지만 이 사건이 주목을 더 받았던 이유는 아미시 주민들이 살인범을 용서했기 때문이다. 아미시인들은 사건 직후 살인자의 장례식장을 찾아갔으며 그의 가족을 위로했다.

이때의 사건을 극화한 연극 <아미시프로젝트>는 관객들에게 ‘진정한 용서’에 대해 묻는다.

연극 <아미시프로젝트>는 당시 사건을 바탕으로 했지만 7명의 등장인물은 모두 허구다. 원작은 1인극 대본으로 이뤄진 모노드라마다. 이것을 한국 초연작으로 무대에 올릴 때 원작을 재해석해 7명의 배우가 각각의 캐릭터로 나눠 맡았다.

작품은 희생자인 아미시 소녀 안나와 벨다, 살인범의 미망인 캐롤, 비아미시인 주민들의 다양한 관점이 드러난다.

희생자 안나와 벨다는 아미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순수한 신앙심과 티 없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남매의 독백과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아미시인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아미시인은 약 300년 전 종교의 자유를 찾아 아메리카 대륙을 건너 온 독일과 스위스 중심의 크리스천들로서 평화롭고 금욕적인 공동체 생활을 지향한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18세기 검은 모자나 양복을 입으며 마차를 사용하는 등 문명의 이기를 멀리한다.

아미시인과 대조되는 인물은 살인범의 아내 캐롤이다. 캐롤은 남편의 범죄 때문에 언론에 노출됐고 사람들에게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집으로 찾아와 위로하는 아미시인들을 욕하며 정신병자처럼 고통스러워하던 그녀는 어느 날 희생자 소녀 집을 찾아가 창문을 통해 그 부모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아미시 마을은 다른 곳보다 일찍 잠자리에 든다. 이때 안나의 아버지는 옆에 있는 부인이 들을까봐 베개로 얼굴을 묻고 “하나님 저를 붙잡아 주소서”라는 기도소리와 함께 흐느끼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고 문득 캐롤은 증오와 죄책감으로 범벅이 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캐롤은 남편과 세상을 용서한다.

연극은 관객에게 ‘용서란 무엇인가’라는 작은 물음을 던진다. 관객은 아미시인들에게 비한다면 지금 내게 용서 못할 일은 없다고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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