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묘지에서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가족들이 애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1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묘지에서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가족들이 애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신규 환자·사망자 연일 최다

국제사회 상대적으로 무관심

경제 열악… 보호장비 등 부족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난달 페루 수도 리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두 배로 늘어 프랑스 파리의 최악의 한 달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브라질 아마존 깊숙한 곳에 있는 도시 마나우스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3배로 늘었는데, 이는 영국 런던과 스페인 마드리드와 맞먹는 확산세다. 에콰도르의 항구도시인 과야킬에서는 4월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폭증했는데, 이는 뉴욕시가 겪은 최악의 한 달(사망자 수가 작년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것)과도 비교될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가운데 코로나19 파도가 중남미를 강타했다고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가 사망률 자료를 분석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의 도시들은 쌓인 관들을 묻기 위해 집단 무덤에 의지하고 있다. 수백명의 에콰도르인들은 아직도 병원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의 시신을 찾고 있다.

이날 미국 존스홉킨스대 통계와 각국 보건당국 발표를 종합하면 중남미 30여개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9만 3천여명이다. 30만명 돌파 후 일주일도 안 돼 10만명이 더 늘었는데, 대부분 국가에서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추세다.

NYT는 유럽과 미국의 재난이 국제 언론에 집중 조명을 받으며 감시되는 가운데 중남미의 고통은 전 세계의 시선에서 멀어져 있으며 무관심 속에 중남미 정부는 사망자들의 코로나19 사망자 집계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중남미에서는 유럽이나 미국보다 훨씬 열악한 병원, 빈약한 지원 시스템, 그리고 어려운 경제 탓에 코로나19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꼬집었다.

국가 봉쇄로 일자리가 사라지자 사람들이 고향으로 피신하면서 페루 고속도로는 수년 만에 가장 큰 내부 이주 물결이 일었다. 수만명의 베네수엘라 난민들이 파괴된 고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웃 국가에서의 일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NYT는 전했다.

에콰도르, 페루, 브라질의 지방 관리들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진단 키트 등 보호물자가 부족한 가운데 부자 국가들이 더 비싼 값으로 이것들을 차지해 이들처럼 가난한 국가들은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고 호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 결정은 베네수엘라, 아이티 등 취약국으로 확대되는 구제 노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중국도 중남미에 대해서는 보호장비와 테스트 키트를 몇 개 발송하는 것으로 제한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마나우스의 한 병원 밖에서 보건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동료들의 사진을 들고 의료진 보호 장비 부족에 대해 시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마나우스의 한 병원 밖에서 보건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동료들의 사진을 들고 의료진 보호 장비 부족에 대해 시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중남미에서 상대적으로 부유한 칠레는 엄격한 봉쇄로 신속하게 대응해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지도자들이 코로나19를 과소평가했던 브라질과 멕시코의 상황은 심각하다.

브라질은 확진자 17만 9457명, 사망자가 1만 2531명이다. 전날 하루 동안에만 881명이 사망해 일일 최다 사망자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브라질 내 코로나19 검사는 제한적으로, 실제 확진자와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부인하고 있다. 급증하는 확진자에 대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미안하다. 그래서 나한테 뭘 원하는 것인가”라며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다.

브라질에서는 특히 아마존 열대 우림 속에 있는 도시인 ‘마나우스’가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 이는 브라질의 깊은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된 정치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2백만명이 살고 있는 이 도시는 진입로가 거의 없고 강이나 항공 운송에 교통을 의지하고 있어 물자 수송이 더욱 더디고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에 사망자는 폭증하는데, 이들을 묻을 곳 조차 없어 마나우스 병원 복도에는 시체가 가득 찼고 집단 묘지에는 관을 세겹으로 쌓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 마나우스의 위기는 주변 숲에 살고 있는 수백개의 원주민 집단들에 대한 우려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멕시코도 누적 확진자 3만 8324명, 사망자 3926명으로 신규 확진자(1997명)와 사망자(353명)가 모두 최고 수준이었다. 여기에 멕시코 정부는 코로나19 사망자 수치를 은폐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에콰도르 과야킬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주민들은 며칠 동안 시신을 거리에 방치하거나 판지 상자에 묻어야 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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