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나보나 광장 남쪽에 자리한 재래시장인 캄포 데 피오리에서 시민들이 식전 술을 마시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나보나 광장 남쪽에 자리한 재래시장인 캄포 데 피오리에서 시민들이 식전 술을 마시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중 일부는 ‘완치’ 판정을 받고도 계속 증상을 호소하는 등 감염 전 상태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서구 국가 중 가장 먼저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탈리아 감염자의 사례를 통해 일부 환자에서 코로나19 회복기가 비정상적으로 긴 특이성을 보인다고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피해가 특히 심각한 북부 밀라노 인근에 사는 개발자 모레노 콜롬비(59)는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3월 16일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와 퇴원을 했다. 이후 한 달이 넘게 지났으나 콜롬비는 아직도 마른 기침과 피로감 증세에 시달린다. 그는 “정상적인 내 리듬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폐 손상이 일어날 정도로 증세가 심했다면 원래 상태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완전한 원상 복구는 어렵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증이 아닌 환자 중에도 완치 후 증세가 몇 주씩 계속되고 갑작스러운 증상 악화-완화를 반복하는 특이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의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물리를 가르치는 마르티나 솔리니(29)도 “증상이 떠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솔리니는 3월 초 미열로 시작해 다시 증상이 나타났다. 기침과 인후통은 없어졌고 3주 만에 미각과 후각은 돌아왔으나 그 후 복통, 피로감이 나타났고 다시 열이 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증상으로 솔리니는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피로를 느꼈다.

이탈리아의회의 에드문도 치리엘리(71) 의원은 3월 중순에 양성 판정을 받고 일시적으로 심한 호흡기 증상을 보여 잠시 입원했지만 폐렴을 앓을 정도로 악화되지는 않았다. 상태가 호전된 치리엘리 의원은 자가 격리에 들어간 후 심한 무력감, 인후통, 설사 증세를 겪었고 집중을 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 증상이 나타나고 40일 후 바이러스 검사에선 음성이 나왔지만 눈이 따갑고 설사를 하는 증상은 가시지 않았다.

다른 다수 환자도 코로나19 피로감과 무력감 증세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북부 베르가모 주민 알베르티나 보네티(77)는 3월 7일 증상이 시작된 후 지금도 숨 가쁨과 피로, 감각상실에 겪고 있다. 보네티는 “바이러스가 몸 안에 뭔가를 남겨놨다”며 “결코 원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어떠한 이유에선지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에 비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아울러 코로나19는 머리부터 발가락까지 전신을 공격하며 신장, 심장, 간, 신경에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손상 중 일부는 코로나19의 2차 감염에 따른 결과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오늘날 코로나19는 단순 호흡기 질환보다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다며 이 바이러스는 주로 폐를 공격하지만 뇌에서 발끝까지 어느 곳이나 타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많은 의사들은 환자의 호흡을 돕기 위해 고군부투 하면서도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염증 반응과 혈전을 일으킬 가능성을 치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뉴욕시의 시내산 병원의 데이비드 라이히 원장은 코로나19에 대해 “폐렴과 호흡기 질환의 패턴에 맞지 않는 증상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심장을 공격해 근육을 약화시키고 또 신장도 파괴해 몇몇 병원들은 투석 장비가 부족했다고 WP는 전했다. 또 코로나바이러스는 신경계를 타고 뇌까지 도달하는 경우도 있다. 혈전을 만들어 온 몸의 혈관을 부풀리기도 한다.

이에 최근 영국, 미국 등에서 아동들에게 나타나는 희귀한 염증 반응과 심장 합병증을 동반한 질병이 코로나19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뉴욕주에서는 아동 73명이 이 희귀한 질병에 걸렸으며 5살 소년을 포함한 3명의 아동이 이 증후군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아동들을 치료한 라이히 박사는 이 희귀 질환이 각각 위장 증상으로 시작했으며 저혈압을 유발하는 염증성 합병증으로 변했고 혈관을 확장시켰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숨진 어린이의 경우 심장마비가 사망 원인이었다.

라이히 박사는 “우리는 이 질병이 아이들이 아닌 노인을 죽이는 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질병의 패턴은 다른 어떤 것들과도 달랐다”고 말했다.

NYT는 코로나19의 무차별적이고 집요한 공격성을 거론하며 “환자들에게 나타날 장기적 변화는 누구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멘딥 메흐라 하버드 의대 교수는 “코로나19가 혈관을 공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 혈관에 있는 내피세포에 염증이 생기면 바이러스가 왜 그렇게 많은 신체 부위를 해치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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