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하니웰 인터내셔널 마스크 공장을 방문해 고글만 쓰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하니웰 인터내셔널 마스크 공장을 방문해 고글만 쓰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제적 위기 속 미국이 리더십을 내던진 채 중국과 각을 세우는 데만 열중하면서 동맹국들이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CNN 방송은 국제공조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각국의 협조를 끌어내던 이전 미 행정부와는 달리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오히려 발을 빼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 사건은 지난 4일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해 40여개국이 자금 지원을 약속한 온라인 국제회의에 미국이 불참한 일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0억 유로를 약속하고 한국을 포함해 유럽과 아시아, 중동 등 각 지역의 국가가 모두 자금 지원을 약속했으나 미국은 이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미국의 반대로 코로나19 대응 집중을 위한 전 세계적 휴전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 CNN에 따르면 미국은 결의안 문구에 세계보건기구(WHO)가 들어가는 데 반대했다고 한다. 직접적 거론 없이 ‘유엔의 특화된 보건기구’라고 언급하는 것 또한 반대했다.

이는 결의안에 WHO를 거론하자고 한 중국을 저지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WHO가 중국 중심적이라며 중국과 WHO를 싸잡아 비난해왔다.

미국의 이 같은 행보에 유엔에 나와 있는 외교관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 외교관은 “논의가 현안과 무관한 이슈에 인질로 잡혔다. 미국과 중국의 다툼으로 전환돼 버렸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코로나19 대응의 한복판에 선 WHO에 자금 지원을 중단해버린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 역시 국제공조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코로나19 대응만으로도 벅찬 동맹국들은 미국과 중국 양쪽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독일의 외교관은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시작됐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모든 것이 정치적이라 걱정된다”면서 “(트럼프 재선) 선거운동의 일환이라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외교관도 CNN에 “우리는 중국에 등을 돌릴 수 없다. 중요한 파트너이고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없다”며 미국의 행보를 비판했다.

유럽의 한 외교관은 “많은 나라가 지금이 역사상 전환의 순간이라고 보고 있고 미국은 언제나 이런 시기를 이끌어왔다”면서 “다들 미국이 더 나서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비영리기구 원캠페인의 게일 스미스 회장은 “미국의 부재는 아주, 아주 유감스러운 것”이라면서 “미국이 역사적으로 리더였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도 국가적 이해가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책임지는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자가격리된 데 이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수장도 재택근무에 들어가며 백악관발 코로나19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대변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여파로 자가격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확진 판정을 받은 케이티 밀러 부통령 대변인은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백악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했다. 이에 TF 내 추가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당장 밀러 대변인의 확진 판정으로 펜스 부통령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백악관 전체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밀러 대변인의 남편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보좌관이다.

전날에는 백악관 경내에서 근무하는 군인 한 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그 직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앞으로 매일 검사를 받을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문제는 백악관 주변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보좌관의 개인 비서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비서는 약 두 달 간 원격 근무를 해왔으며, 지난 수주간 이방카 보좌관 주변에서 근무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방카 보좌관과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이날 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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