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랜초 쿠카몽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캘리포니아주의 자택 체류 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미국 국기를 흔들며 시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랜초 쿠카몽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캘리포니아주의 자택 체류 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미국 국기를 흔들며 시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번 주말까지 미국 50개 주 가운데 대다수가 경제 정상화에 돌입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미국 내 우려는 커지고 있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충분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 활동을 재가동하면서 확진·사망자가 늘어나는 대가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마저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봉쇄 완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6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이번 주 일요일까지 미국 50개 주(州) 중 43개 주가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경제 정상화에 착수한다.

미 전역에서 처음으로 자택 대피령을 내렸던 캘리포니아주는 8일부터 꽃집과 서점 등을 포함한 가게들을 연다.

미시시피주에서는 이번 주부터 20명 이상의 야외 모임을 허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식당 영업은 손님을 수용 규모의 절반만 받고 테이블 배치에 일정한 거리를 두는 조건으로 허용한다.

텍사스주에서는 공간을 25%만 채우는 조건으로 예식장 영업이 재개된다. 야외 예식장은 제한 조건이 없으며 미용실과 네일숍, 수영장 등이 8일부터 일정한 지침을 따르는 조건으로 문을 연다.

이날 로스앤젤레스(LA) 에릭 가세티 시장도 LA의 일부 소매점들이 8일부터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꽃집과 장난감 가게, 서점, 옷집, 스포츠 용품 가게, 자동차 대리점에 대한 조건부 재개도 허용했다. 9일부터는 산책로, 공원, 골프장이 개장된다.

앞서 부분적 경제 정상화 조치에 착수했던 주까지 합치면 다음 주부터는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제 활동이 일정 수준 재개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적 경제 정상화 조치에 치명적인 대가가 따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연이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경제를 재개하면 더 많은 고통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그는 “(재개방을 하면) 일부 사람들은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국가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ABC방송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고통이 확실히 있을 것이라고 시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많은 죽음이 있을 것”이라며 “바이러스는 백신이 있든 없는 지나간다. 그리고 백신도 아주 (개발이) 잘 되고 있는데 백신 유무와 관계없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리처드 베서 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대행은 CNN에 부분적 경제 정상화를 위한 안전 조치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하면서 “돈이 있고 백인이라면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고 아니라면 (대응하기 어려울 테니) 행운을 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싱크탱크인 존스홉킨스 보건안보센터(CHS)의 수석 연구원 케이틀린 리버스도 “내가 아는 바로는 (백악관이 제시한 재가동) 4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한 주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리버스 연구원은 “첫 번째 기준은 신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의 수가 최소 2주간 감소하는 것을 보는 것”이라며 “일부 주는 이 기준을 맞췄다. 하지만 세 가지 기준이 더 있고 우리는 이것도 충족할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의 우려가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가 전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화관과 식당, 운동시설 등의 영업을 재개하는 데 대해 상당수가 반대했다. 영화관의 경우 82%, 운동시설은 78%, 식당 및 네일숍은 74%가 영업 재개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실제 경제 정상화 조치에 돌입한 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는 사례도 발생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는 지난 주 주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감소했지만 게인즈빌에서는 증가했고 지역 병원에는 더 많은 환자가 입원했다고 밝혔다. 조지아주는 지난달 24일부터 체육관, 이발소, 미용실, 문신 시술소, 볼링장 등 일부 업소들의 재개업을 허용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주간 19개 주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증가 추세가 보이고 있다. 13개 주에서는 환자가 감소하고 있지만 18개 주는 환자 수가 줄거나 늘지 않고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 재개 조치가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 수를 더하는 데 영향을 끼쳤는지 여부는 판단하기 이르며 그 영향이 명백해지려면 몇 주가 걸릴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20만명을 넘어섰다. 존스홉킨스대학은 이날 오후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22만 3419명, 사망자가 7만 3039명이라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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