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2월 28일(현지시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건강과 고령을 이유로 교황직에서 물러났다. (출처: 뉴시스)
지난 2013년 2월 28일(현지시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건강과 고령을 이유로 교황직에서 물러났다. (출처: 뉴시스)

그간 보수·전통적 입장 견지해온 베네딕토 16세
독일 가톨릭 전문기자 저서서 강한 불만 토로해
“신학적 논쟁에 관여한다는 의심은 악의적 왜곡”
“현 교황과의 우정 심지어 깊어져” 반목설도 반박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베네딕토 16세 요제프 라칭거(93) 전 교황이 진보적 성향을 띤 독일 가톨릭계 일부에서 자신을 침묵시키려 한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현지 언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는 독일의 가톨릭 전문기자 페터 시발트가 최근 독일에서 출간한 ‘베네딕토 16세-일생(Benedikt XVI-Ein Leben)’에 실린 인터뷰 글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책에서 베네딕토 16세는 “내가 자주 신학적 논쟁에 관여한다는 의심은 악의적인 현실 왜곡”이라며 “(독일 가톨릭계에서 기원한 이러한 시각은) 지나치게 어리석고 악의적이어서 굳이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람들이 왜 내 입을 닫으려고 하는지 그 진짜 이유를 분석하고 싶지 않다”면서 “이는 심리적인 선전·선동”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진보적 성향의 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끄는 개혁 작업을 좌초시키려 한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반박하며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우정은 지속되고 있고 심지어 깊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 출신인 베네딕토 16세는 교리와 신학 또는 사회학적 이슈에서 보수·전통적 입장을 견지해온 인물이다. 그는 2005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제265대 교황직에 올랐으나, 8년만인 2013년 2월 건강 등을 이유로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가톨릭 역사상 600여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현 교황에게 ‘절대적 복종’을 맹세하고, 숨어서 조용히 지내겠다고 밝혔던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1월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으로 있는 로버트 사라 추기경(74, 기니)이 집필한 ‘마음 깊은 곳에서: 사제, 독신주의 그리고 천주교의 위기’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책에서 그는 1000년 가까이 이어져 내려온 사제독신제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진하는 정책에 훈수를 두며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논란이 일자 베네딕토 16세는 사라 추기경에게 공저자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 공저 표기를 수정한 새 인쇄본을 내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현재 베네딕토 16세는 자리에서 물러난 뒤 바티칸 인근 한 수도원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