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 주택수요 심리적 기대 효과↑” vs “DTI, 집값변동 근본요인 아냐”

[천지일보=경제부] 이달 말 종료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연장여부를 놓고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8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악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정부로선 그야말로 풀기 어려운 숙제를 떠맡았다.

이 딜레마의 중심에서 고심하고 있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그는 지난 7일 DTI규제 완화 연장여부에 대해 “금융기관의 건전성 재고나 가계부채 등을 고려하면 DTI 규제 완화를 폐지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부동산 시장을 보면 규제 완화를 연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오는 4월부터 DTI규제를 다시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DTI규제 완화 조치를 연장할 경우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DTI규제 완화의 연장 또는 폐지’에 따른 향후 부동산 시장의 전망과 투자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DTI규제 완화 연장 “심리적 기대 효과 커”

국토해양부는 DTI 완화를 추가 연장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대출규제 완화조치가 뒷받침돼야 주택거래 활성화와 전세난 심화 방지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를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DTI규제가 부활하면 부동산 시장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주택 거래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DTI가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와 경기 회복의 핵심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주택수요 심리 회복에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두 실장은 특히 한국은행이 집계한 주택담보대출 증가율 가운데 개인적인 신용대출보다는 집단대출로 인한 증가율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증가 총액만 확인됐을 뿐 주택거래 순수 대출액에 대해서는 파악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집단대출이란 특정단체 내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개별심사 없이 일괄적인 승인에 따라 이뤄지는 대출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신규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한 중도금 대출이 있는데 이 부분은 DTI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게 두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부실화 문제를 우려한다면 부채총액 수치만 언급하기보다 대출에 따른 원리금 상환, 즉 연체율이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 시중 은행의 연체율은 증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즉 대출과 변제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명복재 기업은행 부동산플래너 팀장도 “DTI가 적용되면 주택 구매 능력이 있는 사람도 집을 사지 않게 돼 부동산 거래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전세난 악화를 우려했다. DTI규제를 당분간은 완화하고 오는 여름이 지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현재 금융권에는 대출금 부실화 우려에 대한 안전장치로 담보대출인정비율(LTV)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DTI규제 여부를 은행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손재영 건국대 교수는 “DTI를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더라도 은행 입장에선 대출금이 부실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에서 큰 문제가 없으면 규제를 완화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DTI를 정부가 나서서 강제로 결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대출자의 직업, 대출 히스토리, 소득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은행이 최종 판단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실장 또한 “주택가치가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실질적으로 대출을 받은 사람의 부실화 가능성은 이미 LTV 등을 통해서 걸러진다”고 말했다.

부동산 써브 함영진 실장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그는 “경기 조절이나 돈을 옥죄는 수단으로 DTI가 자주 바뀌는 것은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 DTI 부활 “집값 변동에 영향 미치는 근본요인 아냐”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9일 외국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8월 말부터 시행된 DTI규제 완화에도 주택거래가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다”면서 DTI규제 완화 조치를 연장하지 않더라도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DTI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DTI규제가 부활한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침체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수요자 중 DTI규제가 문제가 돼 집을 사지 못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오히려 DTI규제가 없다면 무리해서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DTI규제 완화는 상환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가계부채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불확실하긴 하지만 지난해 중반 때처럼 급락한 분위기는 아니므로 DTI규제를 부활한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침체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DTI를 처음 도입할 때는 부동산 투기억제가 목적이었지만 원래 목적 자체는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봐야 하기 때문에 집값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자주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수현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같은 입장이다. 김 교수는 “DTI는 일종의 규범인데 이를 깨면서까지 규제완화를 연장한다고 해도 실제 주택시장에는 큰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집값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DTI규제 완화로) ‘돈을 더 빌려줄테니 집을 사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DTI가 주택수요를 유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건호 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DTI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 수단으로 지금과 같이 가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규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실적으로 DTI가 주택담보대출에 장애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금융기관은 현재 리스크 관리를 잘하고 있고 DTI는 규제가 있건 없건 간에 기본적으로 금융권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금융권 부실화 가능성이 있더라도 정책당국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중점을 둬 DTI를 적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부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DTI규제 완화 논란… 부동산 투자 전략은?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투자, 즉 저가 매수 전략이 기본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 실장은 “가치투자라는 말이 있듯이 저렴한 물건을 매입하는 게 안정적”이라며 “대출 비중을 크게 키워 놓으면 금리가 오르거나 정부의 대출 방향이 바뀔 시 리스크가 너무 커져 기다리는 투자를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 임대수익률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수익형부동산 투자자들은 투자금 및 분양가 대비 자본이득과 월임대료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선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반기 내 기준금리 인상속도나 출구전략이 빨라진다면 실질적으로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가계의 이자부담이 켜져 부동산 시장의 매매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시중의 유동자금과 금리인상, 경기회복속도 등을 꾸준히 살펴 가계 스스로 대출 건전성 관리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함 실장은 과거 주기설이나 기존 부동산 공식에 얽매이기보다는 트렌드 자체를 해석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단기적인 정책변수 등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전했다.

*경제용어: DTI 규제(Debt to Income·총부채상환비율)
금융기관이 대출받는 사람의 연소득에 따라 대출 금액을 제한하는 제도를 말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담보 가치에 따라 대출 금액을 제한했으나,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담보로 제공하는 주택 가격이 높더라도 대출받는 사람의 소득이 적다면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없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