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와 피해규모에 대해 확인조차 불가할 정도의 참혹한 현실 앞에 이웃 일본은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진도 9.0의 강진은 쓰나미로 이어지고 다시 원자력발전소의 폭발로 이어지면서 모든 것을 다 앗아가고 있다. 더군다나 각국은 황급히 자국민들의 구출작전에 돌입하고, ‘즉시 일본을 떠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럴 때 기아와 추위와 방사능 공포와 함께 남아 있는 일본인들의 심정은 어떠할까를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일본에는 마지막 보루(堡壘)가 있었다. 원전 복구를 위해 피폭을 무릎 쓰고 목숨을 건 181명의 결사대가 있었다. 이 결사대에 일본의 운명이 걸린 셈이다. 가족과 나라를 위해 이 한몸 바치겠다는 그들의 구국의 결단은 가족들도 어찌할 수 없었으며, 이를 지켜보는 일본 국민들은 물론 세계는 감동 그 자체다.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일본인은 지진과 쓰나미엔 자제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그 자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사태는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으며, 죽음의 현장으로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을 갖고 달려가는 자식을 또는 부모를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가족들은 제발 살아서만 돌아오기를 기도할 뿐이다.

대재앙 앞에 일본인들이 그동안 보여준 무서우리만큼 냉정하고 침착한 모습에 세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과거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었던 위기 앞에 절제된 모습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용감, 관료들은 무능’이라는 어느 일본 신문의 헤드처럼 위기대처능력과 지도력의 한계를 보이는 일본 정부로 인해 차츰 국민들은 이성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이들의 자제력이 보존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기도해야 한다. 그 이유는 ‘이웃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 될 수 없다는 진리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국민의 자제력 붕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며, 또 그 결과는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모든 상황이 악조건으로 치달을수록 이웃 한국은 그들을 그냥 버려둬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자국민보다 더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참으로 흐뭇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왜 이래야 하는지를 우리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태생적으로 타고난 사랑의 심장 때문이 아닌가싶다. 불의와 정의,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롭고 슬기로운 민족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세계는 말한다. 일본으로부터 긴 세월 처절한 식민통치시대를 겪은 한국이 일본의 재앙을 진심으로 앞장서 돕고 있는 현실을 보며 일본인은 물론 세계인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다.

고사리 같은 어린 손에서부터 일본을 돕자는 움직임은 시작된다. 학생들은 거리로 나와 일본을 돕자며 모금행렬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이를 지켜보던 일본학생들은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흘러내리는 감동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회사원들은 회사마다 모금운동에 불이 붙었으며, 기업들도 앞다퉈 기부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소위 한류스타들은 순식간에 50억의 현금을 모았으며, 심지어 어떤 한류스타는 피해현장에 달려가 고통을 함께 하겠다는 각오를 내놓고 있다. 그 사랑에 일본 팬들은 위험하니 제발 오지 말아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사연까지 있다.

결정적인 것은 일제로 인해 한(恨) 많은 청춘을 보내야 했던 위안부 할머니, 고령의 나이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사과와 보상을 비가 오나 눈이오나 수십 년 동안 요구해 오던 그분들마저 원망의 피켓에서 용서와 회복을 위한 눈물 섞인 기도의 피켓으로 바꿨다.

“아리가또(고맙습니다)”란 말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다음 세대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을 미워했던 제가 부끄럽습니다”라는 참회의 눈물은 양국 국민들의 가슴을 에이게 하고 있다.

일본국민들에겐 내 목숨과 나라를 바꾸겠다는 181명의 구국의 결사대가 있으며, 파괴의 현장에 희망의 사신이 되어 다가가는 각국의 구조요원이 옆에 있으며, 한국을 비롯해 세계가 함께하고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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