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50인? '헛수고'", "은폐체질"

(도쿄=연합뉴스) 동일본 대지진 피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습 방식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대지진 초반 정부와 국민의 냉정한 대응에 지지를 보냈던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 각국은 후쿠시마(福島) 원전의 방사능 누출 문제에 일본 정부가 갈팡질팡하자 우려를 넘어 불신쪽으로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그레고리 야스코 위원장이 일본의 원전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는 "일본 정부의 위기대처를 신뢰하느냐", "일본의 정보공개 수준에 불만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충분히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8일 전했다.

17일자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상공에서 독자적으로 정보수집에 착수했다고 보도하는 등 미국측의 일본 불신도 점증하고 있다. 이 신문은 "일본 지도부의 결함으로 위기가 심각해졌다"고도 했다.

미국의 민간 기관인 '우려하는 과학자 동맹'은 17일 기자회견에서 핵 전문가인 에드윈 라이먼 박사가 "일본은 절체절명의 시험을 계속하고 있지만, 만일 실패하면 더이상 손을 쓸 수 없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라이먼 박사는 또 "100년 이상에 걸쳐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 생길 수 있다"고도 말했다고 이 기구는 전했다.

영국의 유력지인 인디펜던트는 17일 "일본 정부의 대응 방식으로는 대참사에 대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 내에서뿐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각국 정부 등 국제사회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료지인 메트로는 "우리는 방치된 채 죽는 것이냐", "안전하다는 정부 말을 믿은 내게 화가 난다"는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 주민의 분노를 생생히 전했다.

대지진 초반 냉정한 보도를 유지했던 BBC는 16일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나이트'에서 "언제 도쿄에 피난권고를 내릴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을 상정할 단계가 아니다", "피폭에 민감한 일본 국민이 침착한 것을 봐달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체르노빌 참사를 경험한 러시아 언론은 일본 정부의 낙관론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유력 경제지인 베드모스티는 17일 "일본인은 자신의 체면을 차리기 위해 어떤 대가라도 치르려 한다"고 혹평했다.

이와 함께 "간 나오토(管直人) 총리 등이 근거도 없이 '방사능 누출 확대는 없다'고 낙관론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유력지 코메르산트는 "일본의 인터넷상에서는 사고 대책에 전력하는 도쿄전력의 직원이 '최후의 50인'으로 칭송되지만, 외국인은 '헛수고'라는 차가운 반응"이라고 혹평했다.

이 밖에도 "일본이 방사능 수치를 지나치게 낮게 발표한다", "일본으로 향하던 러시아 전문가가 불투명한 이유로 입국을 늦추고 있다"는 등 일본의 '은폐 체질'을 지적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 언론은 일본측의 사고수습 노력, 중국 정부의 지원 상황, 일본 체류 중국인의 상황 등을 집중 보도할 뿐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은 없다고 도쿄신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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