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보수와 수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시대에 따라 이념의 프레임이 달라지면서 보수와 수구를 바라보는 가치관 역시 변하게 됐다. 특히, 2000년 들어 소위 ‘진짜’ 보수라고 할 수 있는 ‘올드라이트’ 전선을 무너뜨리고 ‘뉴라이트’가 등장하면서 ‘보수’를 지칭하는 숱한 개념이 공존하게 된 상황이다.

이 책은 보수와 수구를 둘러싼 난해한 사상적 지형을 정밀하게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먼저 보수와 수구의 세계관을 분석한 후, 여러 시대와 사상을 통해 그 뿌리를 찾아낸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변화의 위기가 닥쳤을 때 위기에 맞서는 사람은 수구이고, 기민하게 대처하는 사람은 보수”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책은 보수와 수구의 사상적 궤적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보수의 역사를 다루기 위해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의 자유방임주의와 부통령이었던 장면 박사의 사상을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승만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가장 급하고 중대한 문제가 남북통일이고 그다음이 경제 안정“이라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이승만 대통령은 경제 발전에 대한 무관심했다고 진단한다. 이는 이승만 정권의 경제 정책이 오로지 미국의 원조에만 의존한 것으로 경제 문제는 바로 원조 문제라는 인식을 보여줬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이승만 대통령은 법제상 위력으로 강제력을 쓰려는 것은 다 없애고 자유방임주의의 순리를 따라서 나가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면 부통령의 경우 이승만 대통령과 달리 공산주의보다 불안과 빈곤이 더 위기를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 나라의 경제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한국 통일에 대한 제1보로서, 불안과 공포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방법이라고 믿었다.

재밌는 점은 이승만 대통령은 서구식 교육을 받았음에도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승만 정권의 이데올로기는 매우 수구적인 성향을 띠었다. 이들은 심지어 자본주의도 비판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책은 이처럼 보수와 수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들의 사상을 샅샅이 파헤친다. 보수와 수구가 어떻게 다른지, 무엇이 보수이고 그들은 어떤 사고방식으로 무장됐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이나미 지음 / 지성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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