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롱=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남부 연안인 툴롱에 서있는 핵 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호의 모습.  프랑스 국방부는 16일 샤를 드골호에 탑승한 승조원 1767명을 상대로 검사한 결과 최소 668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2020.4.16.
[툴롱=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남부 연안인 툴롱에 서있는 핵 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호의 모습. 프랑스 국방부는 16일 샤를 드골호에 탑승한 승조원 1767명을 상대로 검사한 결과 최소 668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2020.4.16.

[천지일보=이솜 기자] 프랑스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드골’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인원만 1000명이 넘는다.

프랑스는 코로나19 피해가 큰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19일 오전까지 확진자는 15만명이 넘었고, 1만 9000명 이상이 희생됐다.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17일 하원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드골 항모전단 승조원 총 2300명 중에 지금까지 2010명이 검사를 받아 이 중 1081명이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체 대원의 절반가량이다.

감염자 중 약 550명이 기침과 발열 등 증상을 호소하고, 이 가운데 24명이 해군병원에 입원했고 1명은 중증치료를 받고 있다. 음성 판정을 받은 승조원들은 툴롱 기지 인근 군 시설에 격리 수용됐다.

[파리=AP/뉴시스] 집밖 외출이 엄격히 제한되기 시작한 프랑스의 수도에서 17일 시민들이 슈퍼마켓 줄서기를 하고 있다. 2020. 3. 17.
[파리=AP/뉴시스] 집밖 외출이 엄격히 제한되기 시작한 프랑스의 수도에서 17일 시민들이 슈퍼마켓 줄서기를 하고 있다. 2020. 3. 17.

프랑스 국방부는 바이러스의 확산 경로와 초동 대처의 적절성 여부, 감염 의심자 발생 후 함장의 작전 중단 요구를 해군 상층부가 묵살했다는 의혹 등을 조사 중이다.

프랑스 해군은 “항모는 60도 고온·고압수로 세척 작업을 하고 있으며 항바이러스 처리를 몇주 동안 진행할 예정”이라며 “다음 달 항모를 다시 투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드골함은 1월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 수행 후 발트해에서 훈련 중이었다. 8일 대원 40여 명이 코로나 의심 증세를 보이면서 즉각 훈련을 중단하고 12일 툴롱항으로 귀환했다. 감염은 한 달 전인 3월 13∼15일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드골함은 프랑스 서부 항만도시 브레스트에 입항했다.

드골함은 프랑스 최초이자 유일 핵추진 항공모함으로 프랑스의 자존심으로 불려왔다는 면에서 코로나19가 프랑스의 자존심까지 꺾고 있는 셈이다. 1960년대 ‘미국을 못 믿겠다’며 독자적 핵무장을 이뤄낸 샤를 드골 대통령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셍 페 쉬르 니벨르=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셍 페 쉬르 니벨르에서 한 부부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대국민 TV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시행 중인 전국적인 이동제한령을 다음달 11일까지 연장했다고 발표했다. 2020.04.14
[셍 페 쉬르 니벨르=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셍 페 쉬르 니벨르에서 한 부부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대국민 TV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시행 중인 전국적인 이동제한령을 다음달 11일까지 연장했다고 발표했다. 2020.04.14

◆미 루즈벨트호 승조원 1명 사망

최초 항공모함 집단감염이 일어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호의 경우 항공모함 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미군이 지휘체계 위반 등으로 브렛 크로지어 함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미 해군에 따르면 루즈벨트호에서 코로나19로 무려 600여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중 한 명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사망했다. 루스벨트호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지난달 27일부터 괌에 정박 중이다. 전체 승조원은 약 4860명이다.

미 해군 전체 코로나19 양성 반응자는 약 900명으로 알려졌다. 승조원 사망사례는 루즈벨트호가 처음이다.

[뉴욕=AP/뉴시스]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뉴욕주립대학(NYU) 랭건의료센터 응급실 밖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 2020.04.14.
[뉴욕=AP/뉴시스]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뉴욕주립대학(NYU) 랭건의료센터 응급실 밖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 2020.04.14.

◆“대형함선은 코로나 배양접시“

CNN이 “대형 함선은 떠다니는 바이러스 배양 접시”라고 했을 정도로 항공모함은 집단감염에 취약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4개국 소속 44대의 항공모함이 활동 중이다. 이중 핵 추진 엔진을 갖춘 핵 항모는 샤를 드골함을 제외하면 미 해군만 11척을 보유하고 있다.

보통 항공모함 1대에는 3000여 명의 해군병력과 전투기 조종 관련 인력 2000여 명 등 최대 7000명 이상이 승선한다. 소도시와 맞먹는 수준의 군전력이 일시에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형 함정의 코로나 감염은 일반 사회 감염과는 또다른 차원의 안보문제를 촉발한다.

항공모함이 코로나 등 감염병에 취약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구조 때문이다. 복도나 침실 등 모든 공간이 좁아 사회적 거리 유지가 불가능하다. 원자력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기 때문에 핵발전 관련 필수 전문 인력 등은 장기간 함 내에 근무하면서 고립되는 기간이 길어진다.

목욕탕, 식당 같은 공동시설을 함께 이용하는 것도 문제다. 밀폐 공간에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배가 출렁일 때 난간 등 선내 각종 구조물에 손을 많이 댈 경우 확산 가능성이 대폭 증가한다.

[마닐라=AP/뉴시스]지난 2018년 4월13일 필리핀 마닐라만에 정박해 있는 미 핵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모습. 5000명 가까운 미 해군 장병들이 탑승해 있는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브렛 크로저 함장이 선원들을 하선시켜 해안에 격리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미 국방부에 보냈다. 2020.4.1
[마닐라=AP/뉴시스]지난 2018년 4월13일 필리핀 마닐라만에 정박해 있는 미 핵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의 모습. 5000명 가까운 미 해군 장병들이 탑승해 있는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브렛 크로저 함장이 선원들을 하선시켜 해안에 격리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미 국방부에 보냈다. 2020.4.1

◆특단의 조치 나선 우리 해군함정

바다에 떠 있는 대형함선에서 무더기 확진자가 나오면서 우리 해군함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항공모함은 없지만 우리 현실에 맞는 다양한 해군함정이 영해를 지키고 있다.

의료시설과 체력단련실 등 편의시설까지 갖춘 대형 해군함정도 입구와 통로가 비좁고 계단이 많고 복도나 침실 등 모든 공간이 좁아 사회적 거리 유지가 불가능하긴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감염원 차단이 유일한 대책이다.

루즈벨트호 집단감염 후 우리 해군은 ‘제2 항공모함 사태’를 막기 위해 특단의 코로나19 대응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지난 13일 해군은 “코로나19 대응 초기부터 지금까지 해군 전투력의 근간인 함정을 바이러스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강도 높은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 함정 전파를 원천 차단하고자 해상과 육상 분리정책을 실시했다. 이를 위해 ▲육상으로의 병력이동 최소화 ▲함정 인사이동 및 출장 최소화 ▲불가피하게 이동 시 외부인과의 접촉 최대한 차단 ▲함정-육상 및 함정-함정 간 회의는 화상회의로 조정 ▲불가피한 대면 회의 시 최소 인원으로 시행 ▲영외 간부는 이동 자제 및 퇴근 후 격리 수준으로 자가 대기 ▲일부 함장은 재함대기 상황에서 속옷 등 생필품을 택배로 배송 받아 생활 등을 시행했다.

사실 미국과 프랑스 항모의 대규모 집단 감염이전에 이미 전 세계 해군은 선박 내 밀집된 공간에서 코로나19가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순간의 방심이 엄청난 전력 손실을 부르면서 전 세계 해군이 긴장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해군 뿐 아니라 국가안보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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