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품들은 내 추억이다”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2004년 국내 전시 때 70여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아 유명했던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한창 전시 중이다. 당시 샤갈의 말기 작품을 위주로 선보였으나 이번 전시는 전 세계 30여 개 미술관과 개인이 소장한 샤갈의 대표작 164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흔히 화가로서 성공하기 위해 유대인이거나 동성애자여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들이 그린 그림은 그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유대인인 마르크 샤갈은 화가로서 수혜주일지도 모른다.

상황이 극할 때 예술작품이 나온다고 했던가. 유대인이라는 이유 외에도 샤갈은 제1차 2차 세계대전을 보냈다. 그는 험난한 상황을 그대로 그리지 않았다. 야수주의의 강렬한 색채와 입체주의에 접목시켜 환상적인 그림을 담아내기로 유명하다.

샤갈은 98세로 장수하며 동심과 무용·꿈·사랑·성경 등 다양한 테마를 화폭에 담았다. 전쟁 등으로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샤갈의 그림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샤갈 역시 늘 초원 같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곳을 갈망했기에 동물과 꽃, 사랑이라는 소재를 종종 사용했다. 이 중 가장 큰 테마는 ‘사랑’이다. 당시 미술사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을 표현한 그는 자신과 아내 벨라의 이야기를 동화적이면서도 몽환적으로 표현했다.

보통 회화에서 중요시 여기는 칼라와 구도를 샤갈은 철저히 벗어났다. 초현실적인 시각으로 1차원적인 종이에 공간개념을 도입했다. 아울러 원색 초록·노랑·파랑·빨강을 사용했으며, 비슷한 색끼리 모아 다른 색이 되도록 표현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색채의 마술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284×787㎝)’다. 화재로 소실된 1점을 제외한 7점의 전 작품이 전시됐다. 작품에서 샤갈의 예술·철학의 깊이를 단번에 느낄 수 있다. 1920년 샤갈이 러시아 모스크바의 유대인 예술극장 내부를 꾸미기 위해 그렸던 걸작으로 피카소의 ‘게르니카(800×770㎝)’와 화면구성이 비슷해 종종 비교되고 있다.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에는 평론가·화가·곡예사·문학작가와 클라리넷 연주자, 장식화의 후원자, 샤갈이 있다. 평론가 아브라함 에프로스에게 안긴 샤갈은 자신이 그리는 모든 것이 예술이라고 말하는 듯 팔레트를 들고 있다. 이 외에도 시대적 상황을 대변하듯 유대인들도 작품에 등장한다. 샤갈은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를 통해 예술은 이해하기 쉽고 대중적이라는 것과 유대 문화의 가치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탈린 집권으로 극장이 문을 닫은 후 창고에 40년 이상 방치돼 왔던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는 1989년 스위스의 한 재단의 도움으로 5년에 걸친 복원작업 끝에 원형의 모습을 되찾았다. 현재 모스크바 국립 트레티아코프 갤러리가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색채의 마술사 샤갈’은 오는 27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펼쳐진다. 관람료 성인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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