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춤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0.4.8
탈춤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0.4.8

‘탈춤’ 유네스코 등재 추진
2022년 12월경 최종 결정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양반도 싫다. 왕도 싫다. 다시 태어나도 광대로 태어나련다”(장생) “이놈, 목숨 놓고 광대 짓 하다 죽게 생겼으면서, 또 광대냐!”(공길)

지난 2005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의 남자’의 명대사다. 영화 속에는 탈을 쓰고 한바탕 노니는 장면이 나온다. 관중과 하나가 되는 모습에서 영화를 보는 이도 어깨가 들썩여진다. 탈과 탈춤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는 ‘한국 탈춤’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 탈춤은 2022년 12월경 개최되는 제17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등재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우리나라 탈춤은 무용과 음악, 연극의 요소가 모두 포함된 종합예술이다. 관중과 함께 호흡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소통의 예술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얼이 서린 탈과 탈춤은 어떤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걸까.

◆주술적 의미 큰 ‘탈’

6일 갈촌박물관의 자료에 따르면, 탈의 기원은 원시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원시시대에는 모든 만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는데 악령을 이겨 물리치고 선령을 위해 주술의 힘을 빌렸다. 탈도 하나의 주술이었다. 탈에 본격적으로 무용이 첨가된 것은 주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탈을 한자식으로 말하자면 ‘액(厄)’을 말한다. 배탈이나 천재지변의 탈, 악귀 등 생명체가 일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장애 요소들이 모두 탈에 포함된다. 예컨대 무언가를 잘못 먹고 배가 아프면 ‘탈이 났다’고 하고,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큰 탈이 났다’고 표현한다.

이는 가면을 뜻하는 탈과도 연관된다. 오늘날에는 신앙(信仰)탈과 예능(藝能)탈로 나뉘는 데 자연에 적응하기 위해 자연스레 신앙탈이 먼저 생겼다. 이후 무용과 재담이 더해져서 예능탈이 발전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핫한 ‘탈춤’

한국 가면극의 최초 기록은 언제일까. 신라 말의 학자인 최치원이 지은 5수의 한시인 ‘향악잡영(鄕樂雜詠)’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가 너무 간단해 내용이 자세하진 않지만 월전·대면·금환·속독·산예에서 확실히 가면을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다. 또 가면놀음으로서 ‘검무’와 ‘처용무’가 있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문헌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가면을 쓰고 하는 ‘산대잡희’가 유명했다.

탈춤이 가장 유행하던 시기는 조선시대다. 넓은 마당에서 공연자가 탈을 쓰고 관객과 호흡하며 즐겼는데, 공연자는 자신의 얼굴이 감춰지자 그간 말하지 못한 양반들의 부정부패를 스스럼없이 쏟아냈다.

탈춤은 지역 곳곳에 분포되어 내려왔다. 지역에 따라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산대놀이, 황해도에서는 탈춤, 경남의 낙동강 동쪽 지역에서는 야류(野遊), 낙동강 서쪽에서는 오광대(五廣大)라고 불렀다. 1980년대 들어 대학가에는 민중운동과 관련된 탈춤이 널리 보급됐고 많은 이들이 즐기는 민속놀이로 자리 잡게 됐다. 평등하지 않던 세상을 향해 외치던 목소리는 시대가 바뀌어도 동일한 듯 보인다. 오늘날 한국의 탈춤이 조명된 것은 예삿일은 아닌 듯 하다. 권력의 힘과 부정부패로 가득한 한 시대를 끝내고 평화가 가득한 새 시대를 맞이하기를 바란 선조들의 염원이 탈춤에 고이 담긴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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