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과 이념에 희생된 4·3영령들의 명복 빕니다”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국가폭력과 이념에 희생된 4·3영령들의 명복 빕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부당히 희생당한 국민 구제는 국가 존재 이유”

“정치나 이념의 문제 아냐… 정의와 화해의 길”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 사건’과 관련해 “원점으로 돌아가 무엇이 제주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며 “정치권과 국회에서 4.3 특별법 개정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제주특별자치도 4.3평화공원 추념광장에서 열린 제72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부당하게 희생당한 국민에 대한 구제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본질적 문제”라며 “4.3은 제주만의 슬픔이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아픔”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제주 4.3 사건은 1947~1948년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이다. 토벌대가 남로당 무장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양민을 희생시켰다.

문 대통령이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2018년 이후 2년 만으로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두 차례나 찾은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4·3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속도를 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4.3 희생자 유족과 인사하는 문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유족 고희순 씨와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4.3 희생자 유족과 인사하는 문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유족 고희순 씨와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미국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을 인용하고 “너무 오래 지연된 정의는 거부된 정의”라며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속한 배·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법에 의한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더딘 발걸음에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국가는 아직 가장 중요한 생존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국가의 도리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생존해 있을 때 실질적인 배·보상이 실현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4·3 해결은 결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며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치유해 나가는 정의와 화해의 길”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진실의 바탕 위에서 4·3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보듬고 삶과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국가의 책무”라며 “4·3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해가는 미래 세대에게 인권과 생명, 평화와 통합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추념식은 ‘코로나19’ 여파로 예년 참석자 규모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인 150여 명(유족 60여명)만 참석한 가운데 간소하지만 엄숙히 봉행됐다.

때문에 제주4.3평화재단과 4.3유족회는 고령자와 취약계층 참석을 자제하도록 협조 요청하고, 모든 참석자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준수하도록 안내했다.

추념식엔 4.3유족, 주요 정당 대표, 제주지역 주요 기관장, 4.3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헌화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위령제단에 헌화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헌화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위령제단에 헌화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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