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지난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일본 전역이 공포로 물든 가운데, 고층 건물보다 저층 건물이 지진에 취약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1999년 9월 21일 발생한 리히터 규모 7.6의 대만지진에서는 전체 피해건축물 중 5층 미만 건축물이 95%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1월 규모 7.0의 아이티 지진 등에서 저층 건축물 붕괴가 많았다.

일반적으로 고층 건물이 저층 건물보다 지진에 취약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저층 건물이 피해가 큰 경우가 많다. 이는 지진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진동수 때문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고유한 진동수를 갖는 지진파가 발생하는데, 이 때 고유진동수와 같은 진동수를 갖는 건물은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그래서 고유진동수에 따른 건물의 피해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건물을 ‘튼튼히’ 짓는 방법으로 지진에 대비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지진에 취약해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만 있다는 게 밝혀졌다.

그러다가 후에는 고무와 같은 유연한 성분을 건물의 연결 부위에 넣음으로써 지진을 견딜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돼 유연한 구조로 내진설계를 했다. 최근에는 초고층건물에 진동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추를 설치해 건물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한편 일반적으로 고층건물은 저층보다 천천히 흔들리며, 따라서 진동주기가 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지진파의 경우 대체로 저층 건물이 갖는 진동주기와 비슷한 짧은 진동수가 많기 때문에 저층 건물에 큰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진 설계가 잘 돼 있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지진에 취약한 구조의 건물이 많이 들어서 있어 지진이 발생하면 상당수의 저층 건물이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이 최근 소방방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사망자가 7700여 명, 부상자는 10만 7500여 명, 이재민은 10만 4000명이 넘을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내진설계 의무화가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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