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0일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구 균형발전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청와대 전경 모습. ⓒ천지일보 2020.1.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1월 10일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구 균형발전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청와대 전경 모습. ⓒ천지일보 2020.1.10

‘백원우 특감반’ 소속 A수사관

작년 檢 출석 전 극단적 선택

사망 전 ‘심리적 어려움’ 호소

4달 만에 휴대전화 잠금해제

휴대전화서 증거 나올까 관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관련 수사를 받던 중 숨진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소속 검찰 수사관 A씨의 휴대전화 잠금이 4개월 만에 풀리면서 해당 의혹 규명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D)는 최근 A수사관의 휴대전화인 ‘아이폰X(텐)’의 비밀번호를 풀었다.

A수사관의 휴대전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청와대 근무 당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이끌던 이른바 ‘백원우 특감반’ 소속으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고발 사건의 주요 참고인이기 때문이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나오고 있다. 2019.12.03. (출처: 뉴시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나오고 있다. 2019.12.03. (출처: 뉴시스)

그러나 A수사관은 지난해 12월 1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 출석을 앞두고는 서울 서초구 한 사무실에서 돌연 숨진 채 발견됐다. A수사관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말과 함께 최근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음을 시사하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A수사관은 청와대로 파견돼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으로 재직할 당시인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방경찰청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의 비위 혐의를 수사한 일과 관련해 불거진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에 연루됐다고 지목된 바 있다.

당시 청와대에서 경찰청에 이첩한 김 전 시장 주변 비위 첩보가 울산경찰청으로 하달돼 수사가 이뤄졌는데,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들이 울산으로 내려가 수사상황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바로 A수사관이 당시 울산으로 내려간 인물로, 앞서 울산지검에서도 한 차례 조사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청와대 파견근무를 마치고 올 2월 검찰로 복귀해 서울동부지검에서 근무해왔다.

A수사관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검찰은 서울 서초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해 A수사관의 휴대전화와 자필 메모 등 유류품을 가져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강력 반발했다. 이미 경찰이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이 나선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일부 경찰 측에선 검찰이 무언가를 감추려 하는 게 아니냔 의심도 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휴대전화를 돌려받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두 번이나 반려했다. 그러나 검찰은 휴대전화를 확보하고도 잠금 해제를 하지 못해 애를 먹었고, 몇 달이 지난 이날에서야 잠금 해제에 성공했다.

대검이 진행한 휴대전화 잠금 해제 과정엔 서초경찰서 측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검찰과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공유하면서 사망 사건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A수사관 휴대전화가 열리면서 먼저 그가 왜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는지 실마리가 풀릴 가능성이 커졌다. 하명수사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본류 외 별건’에 의한 압박인지, 아니면 청와대 쪽에서의 압박인지, 그것도 아니면 개인적 다른 이유가 있던 것인지 규명 방향에 따라 사건은 전혀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2019년 12월 9일 오후 대전시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라는 제목의 저서 출간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를 열고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을 둘러싼 자신의 입장 생각 등을 밝히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2019년 12월 9일 오후 대전시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라는 제목의 저서 출간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를 열고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을 둘러싼 자신의 입장 생각 등을 밝히고 있다. (출처: 뉴시스)

A수사관에 대한 미스터리가 풀리면, 본 수사인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도 자연스레 진척될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관련 자료들도 자연스레 파악될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 1월 29일 백 전 비서관을 비롯해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등 13명을 기소한 바 있다. 재판은 총선 영향을 우려해 모두 총선이 열리는 4월 15일 이후로 잡혔다.

한 전 수석은 전북 익산을에, 황 전 청장은 대전 중구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선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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