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최근 한나라당에 입당한 엄기영 전 MBC 사장이 ‘MBC 출신’이란 낙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야당에서는 변절자로, 여권 일부에서도 진정성이 의심되는 인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엄 전 사장을 바라보는 비난과 의심의 눈초리는 모두 그가 MBC 사장 출신이라는 것에서 기인한다.

엄 전 사장은 지난 3일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한나라당에 입당, 세간을 놀라게 했다. MBC 사장 시절 한나라당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출마 당시 그는 “한나라당만이 강원도의 발전, 강원도민의 행복을 위해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한나라당 입당과 출마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지난 4일 엄 전 사장의 한나라당 입당과 관련해 “지금은 아무도 입도 뻥긋하지 않는 광우병 파동 때 ‘정론’은커녕 왜곡선동에 앞장섰던 MBC의 사장이었다”면서 “입당발표문을 보아도 어느 한군데 그에 대한 사과는 물론 한나라당에 대한 애정이나 지지를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엄 전 사장은 한나라당을 사랑하지도 신뢰하지도 않는다”며 그를 ‘당에 대한 열정과 충성이 없는 후보’ ‘어정쩡한 용병’ ‘최소한의 조국애가 없는 군인’으로 평가절하했다. 또 이런 후보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한나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같이 전 의원이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은 엄 전 사장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여권 내부에서 확산될 수 있는 단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엄 전 사장을 향한 민주당의 비판 역시 가히 십자포화라 부를 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엄 전 사장은 MBC 재직 당시 광우병 보도, 미디어법 등 각종 민감한 현안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대치하면서 야권과 목소리를 같이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가 자신을 MBC에서 쫓아낸 장본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나라당에 들어간 것을 두고 민주당은 ‘변절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것.

강원지사 보궐선거에서 엄 전 사장을 강력한 경쟁자로 맞이한 최문순 전 의원도 그에게 “도의적, 정치적으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면 안 된다”고 비난하면서 엄 전 사장의 ‘아픈 곳’을 찔렀다. 명분을 앞세워 인지도에서 벌어진 격차를 좁히겠다는 최 전 의원의 포석이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민주당 대신 한나라당을 택한 엄 전 사장에 대해 ‘100미터 미인’즉, 멀리서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별 내용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했다.

이 같은 비판에도 정작 당사자인 엄 전 사장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과거 MBC 사장 출신이라는 점은 그의 정치 행보에서 최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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