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시론]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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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 시는 일제 식민시대 이상화 시인의 대표적 저항 시다.

‘빼앗긴 들’은 어디를 일컫는 것일까. 물론 원작에서의 들은 국권을 잃은 ‘조국’을 가리킨다. 일제 식민치하에서 성씨와 글과 말과 문화와 영토까지 말살당하며 억압받던 민족의 현실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국권 회복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향토적 소재에 담아 나타낸 대표적 저항 시며,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으나 시인의 고향이 지금 질병으로부터 고통 받는 대구다. 

하지만 필자는 오늘날 ‘빼앗긴 들’에 또 다른 두 가지 의미를 담고자 한다.

먼저 하나는 난데없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바이러스로부터 침공을 받아 초토화 된 대구(달구벌)와 청도(이서국)에 관심이 간다. 왜 하필이면 대구며 청도일까.

人名과 地名, 이름엔 ‘이름 값 한다’는 말처럼 상당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 대구(大邱)는 큰 언덕이라는 의미로 온 인류가 기대고 의지하며 따를 수 있는 인물이 출현할 것을 암시하는 지명이며, 청도(淸道) 또한 수정같이 맑을 청과 말씀이며 길이며 정신을 가리키는 도(道, 길, 말씀)가 하나 되어 청도는 정신문명이 시작되는 곳임을 알리고 있는 지명이다.

실제 청도는 원광법사가 삼국통일의 중심이 됐던 화랑의 정신을 호연지기(浩然之氣)와 함께 지금의 청도에서 세속오계(世俗五戒)라는 계(戒)를 만들어 통일정신으로 승화시키며 당시 화랑을 배출시킨 고장이다. 뿐만 아니라 잿더미 속에서 오늘의 부흥한 대한민국을 있게 한 새마을정신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이처럼 민족의 역사와 혼을 이어왔고 또 영원히 이어갈 대구와 청도에 시련이 찾아온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고 자랑스러운 것은 현실을 인정하고 이겨내겠다는 의연한 모습은 국민과 온 세계에 감동을 주고 있다. 병마와 권력은 고고한 정신과 사상을 빼앗고 넘어뜨리고자 발악을 하지만 일시 빼앗긴 들엔 다시 봄이 찾아오고 회복되는 반전의 기회가 기적같이 일어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른 한 가지 의미가 더 있다.

우리는 3월하면 3.1절이 생각나고, 나아가 독립선언서와 만세운동이 오버랩 된다. 33인의 종교지도자가 낭독했고, 온 국민이 목 놓아 외친 독립선언서에는 과연 무슨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 독립선언서의 참된 의미는 당시의 일제 식민지 상황을 들어 장차 도래할 위력으로부터의 진정한 해방과 독립을 미리 노래했었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新天地가 眼前에 展開되도다, 威力의 시대가 거하고 道義의 시대가 내하도다”라는 선언서의 핵심 문장 속에 이미 그 답이 있었다.

여기서 이해를 돕기 위해 “피조물이 허무한데 굴복하는 것은 자기 뜻이 아니요 오직 굴복케 하시는 이로 말미암음이라, 그 바라는 것은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노릇 한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는 것이니라(롬8:20~21)”라는 성경구절 하나를 살펴보자.

그렇다. 표면적 억압과 위력으로부터의 자유와 해방과 독립을 넘어 이면적 영적 자유와 해방과 회복을 기약했던 것이다. 거짓과 위선과 비진리가 난무하고 순리보다 역리가 세상을 견인하는 악한 세상에 지음 받은 모든 피조물들이 신음하고 죽어가는 가운데 진리가 인고의 세월을 이기고 승리함으로 온 인류와 피조물에게까지 자유와 해방을 맞게 한다는 내용이 바로 그 날의 독립선언서였고, 지금 이 순간 눈앞에 전개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진리와 정의와 진실이 기득권을 가진 종교와 정치라는 거짓세력과 위력과 권력과 풍문으로 난도질당하고 무너져 모든 것을 다 빼앗기는 것 같지만, 빼앗긴 들에도 봄이 다시 찾아온다는 진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했고, 나아가 인과응보(因果應報)라 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적반하장격인 오늘의 이 참혹한 현실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 있다. 우리나라 기독교의 기득권 세력이 장로교며, 이 장로교의 교주는 예수가 아닌 칼빈이다. 이 칼빈은 중세 스위스 종교국을 장악함으로 막강한 정치권력을 등에 업게 됐고, 1543~1546년 사이 스위스 제네바엔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창궐했다.

이 때 칼빈은 자신의 종교를 반대하는 자들이 이 페스트를 퍼뜨렸다고 뒤집어 씌워 37명이 사형에 처하기까지 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 이러한 망령이 일제 신사참배로 일본 권력과 하나 되어 교회 종까지 떼어 일본군의 군수물자로 지원하면서 동족 말살에 선봉에 섰고, 오늘날도 정치권력과 하나 되어 진리와 진실이 수면위로 드러나지 못하도록 최고의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할지라도 지금은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으니, 경거망동(輕擧妄動)도, 윤봉길 의사도 이봉창 의사도 돼선 안된다. 그 이유는 원수 갚는 이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할 수 있는 것은 빼앗긴 들에도 봄꽃이 피고 새소리 들리면 함께 정복과 회복의 역사를 담당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길러야 하며, 그 힘은 진리며 실력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이것이 바로 독립선언서의 참 뜻이 이뤄지는 역사의 현장이며 그 때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눈앞에 전개되는 새 시대가 왔으니, 허무한 데 굴복하던 피조물들도 해방되어 기뻐 춤을 추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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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정 2020-03-08 10:34:48
역사와 함께 시국에 대해 풀어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봄이라는 희망을 얻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