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 베이징의 왕푸징.시단 철벽 차단
집회 예정지에 정.사복 경찰 집중 배치..살수차도 동원

(베이징 =연합뉴스) 중국의 해외 인권단체 등이 인터넷을 통해 예고했던 6일 중국판 제3차 '재스민 시위'가 공안당국의 원천봉쇄로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인권단체가 운영하는 중국어 인터넷사이트인 보쉰(博迅,www.boxun.com)에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3시)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를 비롯한 중국 전역의 41개 주요 지역(홍콩 포함)에서 3번째 집회를 열자고 촉구했으나 집회 예정지에 대해 중국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면서 어느 곳에서도 집회가 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집회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일부 도시에서는 경찰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2개 지점이 예정지로 통보됐다.

베이징은 왕푸징(王府井) 거리의 KFC 매장 앞과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시단(西單) 등 2곳이 예정지로 통보됐으며 중국 공안은 이곳과 천안문 광장 주변을 정.사복 경찰로 뒤덮어 집회를 원천 봉쇄했다.

왕푸징으로 들어가는 주요 도로는 물론 이면도로도 차량통행이 차단됐으며 약 5m 간격으로 무리지어 배치된 정.사복 경찰들이 행인들의 동태를 감시했다. 카메라를 든 사람이나 외국인들이 주로 검문검색의 대상이 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 이면도로 곳곳에는 수많은 공안차량이 배치됐으며 살수차도 동원됐다.

특히 KFC 매장 앞 광장 앞과 주변 지역은 공사 등을 이유로 대형 판자벽을 설치,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못하도록 차단하기도 했다.

시단 역시 차량통행을 일부 제한했으며 수많은 정.사복 공안이 곳곳에서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이곳에도 여러 대의 경찰차와 살수차가 배치됐다.

중국 당국은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으로 불리는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가동해 재스민을 뜻하는 중국말인 '모리화(茉莉花)'나 'jasmine' 같은 민감한 단어의 검색을 차단했다.

`중국판 재스민 혁명'의 발기인 측은 이날 이번 집회 암호명을 `삼개대표'(三個代表)로 정하고 집회를 열어 구호를 외치는 대신 거리를 산책하며 미소로 구호를 대신하자고 제의했다.

또 외모가 두드러지게 다른 사람이나 인권운동가들은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 집회에 참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보쉰에는 5일 베이징대, 칭화대, 런민대, 푸단대 등 중국 유명 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재스민 집회 참여를 촉구하는 글이 발기인 명의로 게시됐다.

중국 공안은 이날 상하이 집회예정지인 평화극장 주변에서 외국인 기자 15명 이상을 연행해 억류 중이라고 독일 DPA통신이 보도했다.

독일 스턴 매거진의 상하이 특파원은 전화를 통해 "우리는 지하벙커에 있다"며 "최소 15명 이상이 평화극장에서 이곳으로 연행됐다"고 전했다.

이 특파원은 억류 중인 외국인 기자 중 8명은 일본인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와 공안은 앞서 외국 기자들에게 재스민 시위 현장 취재는 법에 따라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법을 어기고 취재하면 공안의 법집행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었다.

중국 공안 당국은 현재 텅뱌오, 장텐융, 쉬즈융 변호사를 비롯한 반체제 인사와 인권운동가 최소 70-80명에 대해 가택연금 또는 격리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홍콩언론들은 추정하고 있다.

베이징 시정부 대변인 왕 후이는 이날 중동식 `거리정치' 형태로 중국에 소요를 일으키려는 일부 사람들의 시도는 베이징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소를 잘못 골랐다"면서 베이징에서 거리정치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톈안먼 광장에서는 지난 5일 2건의 시위가 발생해 최소 4명이 공안당국에 연행됐다고 홍콩의 명보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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