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떠나볼까] “카페서 아이디어” 봉준호 따라할까… 한강쉼터 ‘서울생각마루’
[잠시 떠나볼까] “카페서 아이디어” 봉준호 따라할까… 한강쉼터 ‘서울생각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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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벌레’ 모양의 건물 내부 서울생각마루 입구에 놓인 네온사인. ⓒ천지일보 2020.2.27
‘자벌레’ 모양의 건물 내부 서울생각마루 입구에 놓인 네온사인. ⓒ천지일보 2020.2.27
 

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 봉준호

“카페사람들 소음 들으며 작업”

카페 분위기 무료로 즐기고 싶다면

‘서울생각마루’가 안성맞춤

한강 바라보며 머리 식힐 수도

책 읽으며 생각 전환도 가능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최근 작품상을 포함한 감독·각본·국제영화상 등 4관왕에 오르며 미국 아카데미를 휩쓴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직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나는 항상 카페에서 글을 쓰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왜 카페에서 글을 쓸까. 봉 감독은 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소감에서 그 이유에 대해 “카페 구석에서 쓰면서 사람들 소음을 들으면 여러 아이디어가 생각난다”고 고백했다. 영화잡지 ‘씨네21’ 인터뷰에선 “쓰다 드러눕지 않기 위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너무 조용한 곳에선 쉽게 집중하지 못한다. 잡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또 자칫 졸리거나 하면 오히려 일의 능률이 떨어질 수도 있다.

서울생각마루 1층 모습. 사람들이 각각의 자리에서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27
서울생각마루 1층 모습. 사람들이 각각의 자리에서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27

◆‘자리 비워야 하나’ 눈치 안 봐도 돼

하지만 카페는 돈이 든다는 점이 문제다. 커피 한 잔도 안 시키고 카페에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고 한 잔 시키고 주구장창 자리 잡는 것도 민폐다. 봉 감독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글을 쓸 때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세 군데의 카페를 돌며 글을 썼다고 한다. 봉 감독의 경우 가끔씩 환경을 바꿔 머리를 환기시키는 효과를 기대한 측면도 있을 테지만.

그럼 이런 고민이 들 것이다. 카페와 같은 효과를 거두면서도 무료로, 오랜 시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을까?

기자가 방문한 ‘서울생각마루’는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뚝섬유원지에 있는 서울생각마루는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지척에 두고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생각마루 홈페이지엔 이곳을 ‘한강을 바라보며 복잡한 생각을 비우고, 새로운 상상과 발상으로 채워가는 공간, 우리가 만나고 공유하며 더 많은 것으로 채우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서울생각마루를 운영하는 한강사업본부 문화홍보과의 이인승 주무관은 “사람들이 한강에 오면 돗자리 펴서 술을 마시고 보통 그렇지 않나. 물론 그것도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만의 문화”라면서도 “하지만 이젠 노는 문화만 있는 게 아니고 한강에서 경치도 보며 사색할 수 있는 건전하고 생산적인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이곳을 시작한 것”이라고 서울생각마루의 출발을 설명했다.

서울생각마루 2층 내부 모습. 쏟아지는 햇빛을 벗 삼아 책을 읽을 수 있다. ⓒ천지일보 2020.2.27
서울생각마루 2층 내부 모습. 쏟아지는 햇빛을 벗 삼아 책을 읽을 수 있다. ⓒ천지일보 2020.2.27

◆‘시민 모두를 위한 문화 쉼터’

서울생각마루는 여러 장점이 있다. 첫째, 앞서 이야기한 대로 ‘시민 모두를 위한 문화 쉼터’를 표방하는 만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카페처럼 장시간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서 눈치 볼 이유도 없다. 물론 무엇이 먹고 싶을 경우 1층의 카페에서 간단한 음료와 다과를 구매할 수도 있다.

둘째, 대부분의 자리에 콘센트가 있어 노트북 등을 연결해 여유롭게 작업이 가능하다. 실제 기자가 방문했을 때 많은 이들이 한강이 보이는 자리에 ‘주르륵’ 앉아 노트북을 펼치고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눈앞에 한강이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적당한 소음에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나만의 일에 열중할 수 있고, 가끔 답답할 때면 고개를 들어 한강을 바라볼 수 있다. 특히 한강은 낮과 밤이 또 다르다. 낮에는 탁 트인 전경이 인상적이라면 저녁엔 아름다운 야경을 구경할 수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엔 저녁이 되자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테크’에 서울의 야경을 촬영하려는 시민이 비싼 카메라 장비를 들고 와 촬영하기도 했다. 커플도 종종 와서 불빛이 반짝이는 한강다리를 배경삼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에 이만한 작업 공간을 무료로 확보할 곳이 또 있을까.

서울생각마루의 ‘전망테크’에서 바라본 한강의 야경. ⓒ천지일보 2020.2.27
서울생각마루의 ‘전망테크’에서 바라본 한강의 야경. ⓒ천지일보 2020.2.27

◆천만 시민의 책장과 생각마루 책장

책상과 의자가 있으니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자신이 가져온 책을 봐도 되고, 건물 내 비치된 책을 읽어도 무방하다. 서울생각마루는 1층 ‘천만 시민의 책장’, 2층 ‘생각마루 책장’이라고 해서 소설과 잡지 등 여러 가지 읽을거리를 비치해 놨다. 비치된 책은 총 2000여권. 하던 일이 꽉 막혔을 때 언제든 눈을 돌려 책을 뒤적이다 보면 의외의 곳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지도 모른다.

책이 비치돼 이곳을 도서관처럼 생각하는 시민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소음에 민감해하는 분들도 있다고. 하지만 도서관으로 정의된 공간은 아니다. 서울생각마루 측은 “조용한 도서관 또는 독서실과 같은 공간은 아니며, 특히 주말에는 어린친구들과 함께 한강을 찾은 가족들이 많이 쉬었다 간다”면서 “자유로운 발상과 함께, 개인 혹은 여러 명이 작업을 할 수도 있으며, 전망을 보며 자유롭게 사색할 수 있는 모든 분들에게 열린 공간”이라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저렴한 유료 공간도

만일 조금 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면 미리 예약한 뒤 유료 공간을 활용해도 된다. 서울생각마루는 1·2층은 무료로 모두에게 개방됐지만, 3층 ‘상상마루’는 최대 50명까지 수용 가능한 공간으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 보통 1인실 기준 하루 이용료는 5000원이며, 한 달 이용료는 5만원이다. 일종의 ‘공유오피스’ 개념인데, 공유오피스의 비싼 비용을 생각해보면 가격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이곳의 또 다른 장점은 접근성이 훌륭하다는 점이다. 서울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 3번 출구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자벌레’ 모양의 서울생각마루 건물이 보인다. 곳곳엔 이곳이 서울생각마루임을 나타내는 플래카드가 있고, 건물의 생김새도 독특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많은 장점이 있는 이곳이지만, 한정된 공간인 만큼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모인다면 자리가 부족할 수도 있을 테다. 이에 대해 이 주무관은 “한 번에 35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주무관에 따르면 서울생각마루를 이용하는 하루 평균 인원은 여름 성수기 땐 평일 600~1000명 주말 2500여명, 겨울 비수기 때는 평일 500~800명 주말 1500여명 선이라고 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넉넉한 운영시간에 비춰볼 때 현재 이용인원 수준이라면 자리가 모자를 일은 없어 보인다. 물론 앞으로 홍보가 잘 돼 더 많은 이가 찾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자벌레’ 모양의 서울생각마루 외관. ⓒ천지일보 2020.2.27
‘자벌레’ 모양의 서울생각마루 외관. ⓒ천지일보 2020.2.27

◆코로나19로 지금은 잠시 휴관

신기한 점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오히려 이용자가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이 주무관의 말이 힌트가 될 수 있을 듯한데, 그에 따르면 인근의 도서관 등이 임시 휴관에 들어갔다고 한다. 아마 가까운 곳의 시민들이 공부할 곳을 찾으러 모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기자의 취재 이후 코로나19 위기 경고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서울생각마루도 25일부터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다.

이 주무관은 “4월 이후 본격적인 행사들을 시작하면 이곳도 문화시설로서 본격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더 풍성한 쉼터로 변모할 서울생각마루를 기대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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