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92년 전 우리는 일제의 침략 앞에 하나 되어 분연히 일어섰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일제의 위력에 맞서 자주독립국임과 자주민임을 세계만방에 당당히 외쳤다. 또한 일제의 그 같은 만행과 위력(威力)은 끝이 나고 도의(道義)가 온 세계를 뒤덮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오게 될 것임을 선포했다.

이 도의(道義)는 문화(文化)를 의미하며, 이 문화는 곧 하늘의 문화를 일컫는다. 그 날의 함성을 있게 한 33人의 민족대표가 바로 종교지도자들이였다는 사실이 바로 하늘의 문화였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비록 종파는 달랐어도 추구하는 이념과 사상이 같았고, 정의와 도의를 근본으로 삼고자 했던 당시 종교지도자들은 끝내 의분을 참지 못하고 발하게 되었으며, 도래할 신천지(新天地)시대를 33人(천도교 15명, 기독교 16명, 불교 2명) 모두는 한목소리로 천명(天命)하기에 이르렀음을 오늘날 우리는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이처럼 92년 전 그 날엔 흩어지고 갈라졌던 모든 이념과 세력이 하나가 되는 날이었고, 자아를 찾게 했고, 세계를 놀라게 했던 날이다.

이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오늘의 이 기념행사가 단순한 요식행위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주문을 강하게 하고 싶다. 92년 전 그 날을 오늘날에 기념해야 하는 의미를 찾아야 한다. 나라를 잃고 정신과 문화마저 사그라져 가는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난세에 우리 민족은 자신의 생각과 처지와 환경, 나아가 지역과 단체 모두를 버리고 오직 구국의 일념과 도래할 미래의 새 시대를 위해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은 어떠한가. 국내뿐 아니라 온 지구촌이 무언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한 시대의 끝점에 서 있음을 직접 눈으로 보고 듣고 있지 않은가. 오늘날이 바로 난세인 것이다.

한반도의 현실, 남과 북의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눈앞에 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주변국들의 첨예한 움직임, 또 중동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재스민 향기는 중동과 아프리카를 휩쓸고 이제 산맥을 넘어 아시아 대륙으로 불어오고 있다. 온 세계는 분명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으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위기상황 속에서도 92년 전의 그 날과 너무나 다른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참으로 슬프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풍전등화와 같은 그 날에는 위기 앞에 먼저 종교지도자들이 하나 되었고 앞장섰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떠한가. 힘을 실어 줘도 부족할 판에 이 나라의 통치자를 하야시키는 운동을 주도하겠다는 종교지도자가 이 나라의 종교지도자다. 그들이 하야운동을 하겠다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즉, 대통령은 우리가 뽑아 줬으니 자신들의 교파를 위해 일해야 하는데 왜 국익을 위해서 일하고 있냐는 것이다. 참으로 하늘이 울고 땅이 울어야 할 일이다. 기독교를 국교로 하는 나라들도 수쿠크법을 채택해 국익은 물론 하나의 세계 속에 공조하고 있는 마당에 왜 종교의 자유를 표방하는 이 나라의 종교와 종교지도자는 이래야만 하는 걸까.

점입가경(漸入佳境)인 것은 자신들 종파의 자존심과 종교권력 유지를 위해 정계 정치인까지 위협하고 있으니 어찌 신앙인이요 종교지도자라 하겠는가.

기가 막힐 일은 그런 인사들이 거룩한 3.1절 행사에 귀빈으로 버젓이 초대되어 허세를 부리게 하는 이 나라의 정치문화 현실은 뜻있는 이들의 가슴을 치게 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알면서도 종교인들의 위협에 정치생명을 염려해 대의를 저버리는 정치인들은 또 뭐냐는 것이다. 이들이 바로 오늘날 反 3.1운동세력의 실체인 것이다.

하나 되지 못하게 하는 일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친일파의 연좌제다. 과거 연좌제로 인해 피해를 본 그들이 도리어 친일 관련 연좌제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일을 이제 와서 다시 의인과 죄인으로 구분한다는 사실이 왠지 석연찮다. 아물어가는 상처를 다시 들춰야 하는 이유가 정녕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 후손은 언제까지 죄인 아닌 죄인의 길을 걸어야 한단 말인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고 함부로 친일이란 말을 해서도 안 될 것이다.

92번째 3.1절을 맞으며 우리는 다짐해야 한다. 이 위기의 상황에서 기회를 얻는 민족이 되자고… 다시는 분열을 선동하지 말며, 하나 됨을 위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문화 즉, 하늘의 문화를 이 땅에 심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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