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잃은 유상철씨, 민박집 찾아 소지품 수거

(크라이스트처치<뉴질랜드>=연합뉴스) "소지품을 뒤지다 보면 아들, 딸이 지금 어디에 있을지 짐작이라도 할 수 있을지…"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를 강타한 강진으로 두 남매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24일(현지시각) 급히 크라이스트처치로 날아온 유상철(57.강원도 횡성)씨는 매일 밤을 뜬 눈으로 지새다 26일 겨우 힘을 내 아들, 딸이 기거했던 민박집을 찾았다.

유 씨는 이날 오전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남매가 묵었던 민박집을 찾아가 아들, 딸의 소지품을 매만지며 한동안 슬픔을 달랬다.

유 씨는 은행통장, 노트북, 사진 등 아들과 딸의 소지품을 하나하나 챙겼다. 은행계좌를 추적하다 보면 남매가 언제, 어디에서 돈을 인출했는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또 아들, 딸이 남긴 기록을 보면 뉴질랜드 구조당국이 참고할 만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숙소를 찾아온 경찰관에게 착잡한 마음으로 공식적인 실종신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이에 앞서 유 씨는 도착 즉시 국내 가족에게 연락, 남매의 사진을 전송받아 프린트한 뒤 뉴질랜드 구조당국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 남매는 지난 22일 지진 발생 때 도심 캔터베리텔레비전(CTV) 건물 내 영어학원 킹스에듀케이션에서 공부하다 건물이 붕괴되면서 변을 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 어학원을 통해 크라이스트처치에 왔다는 동료 유학생들은 "유 씨 남매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면서 일부러 한국인 유학생이 없는 킹스에듀케이션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구조당국은 100여명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진 CTV 건물 잔해에서 생존자 수색에 나서고 있으나 매몰자 가운데 생존자가 구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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