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 시민주권 홍보기획위원장

“한국이 포르노 왕국, 혹은 향락산업 천국?”
한국이 세계에서 포르노 산업이 가장 왕성한 나라라는 외신보도로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2월 7일자 판에서 “세계에서 1인당 포르노산업 매출 1위 국가는 한국”이라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종종 <Global Rankings Scope>라는 1면 짜리 코너에서 그래픽뉴스를 게재하는데 이날 <Unsexy America>라는 타이틀의 그래픽뉴스에서 ‘국가별 1인당 포르노산업 매출(Pornography revenue per capita)’ 1위에 한국을 올려놓았다.

이 잡지에 따르면 한국인은 2006년 기준으로 포르노를 보는데 1인당 526.76달러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고 2위는 일본(156.75달러), 3위는 핀란드(114.70달러)였다. 이어 호주(98.70달러), 브라질(53.17달러), 체코(44.94달러), 미국(44.67달러), 대만(43.41달러), 영국(31.84달러), 캐나다(30.21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뉴스위크는 기사 하단에 이 통계가 세인트존피셔대학의 미국학 전공 마크 라이스 교수가 운영하는 블로그 ‘rankingamerica.Wordpress.com’에서 인용했다고 출처를 밝혔다.

또한 라이스 교수의 이 블로그를 확인해보니 이 블로그는 제리 로펠라토가 운영하는 ‘toptenreviews.com’ 의 자료를 토대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toptenreviews.com’은 미국 웨버주립대 출신의 IT 전문가인 로펠라토가 2003년에 만든 사이트다. 제리 로펠라토는 2006년 당시 미국 ABC방송, AP통신, 뉴욕타임스, BBC, 차이나데일리 등 세계 각국 언론과 포르노 관련 웹사이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이베이, 야후, 애플 등 총 40여 개 기관에서 수집한 자료를 취합해 이 포르노그래피 통계를 작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2006년 세계 포르노 산업 전체 매출규모는 970억6000만 달러이며, 이중 1위는 중국으로 274억 달러였고 한국이 257억3000만 달러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일본(199억8000만달러), 미국(133억3000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그런데 이를 인구 1인당 매출 규모로 환산하면 한국이 앞서 보았듯이 단연 1위로 나온다. 1인당 매출규모로 보면 한국은 2위인 일본의 3.4배이고 7위인 미국에 비해서는 무려 11.8배나 높은 것이다.

이 보도가 나오자 네티즌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통계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봐도 이 자료는 신뢰성에 의심이 가긴 한다. 526달러는 요즘 환율로 쳐도 한국돈으로 60만원 정도이니 한국인 한 사람이 1년에 60만원, 4인가족의 경우는 무려 240만원을 포르노 보는 데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포르노물을 좋아해도 그렇지 한 달에 20만원씩을 포르노 보는데 쓰는 가정은 ‘엽기가정’임에 틀림없으니 이게 사실이라면 전 국민이 엽기가정이라는 셈이다.

다만 toptenreviews.com이 포르노 산업의 범주를 단순한 포르노테이프의 생산과 유통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 케이블 방송, 폰 섹스, 성인용 잡지, 성인용 완구, 스트립쇼 업소 등의 매출을 합산해서 규모를 측정했다고 한 점을 감안하면 다소 수긍이 가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이 세계 1위라니,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뉴스위크는 이날자 보도에서 빨간 루즈를 칠한 여성의 입술 크기로 포르노산업 규모를 비교했다. 압도적으로 제일 큰 빨간 입술에 ‘SOUTH KOREA’라고 쓰여진 문제의 그래픽은 그 선정적 색상만큼이나 이를 보는 한국인의 얼굴을 부끄럽게 만든다. 그러나 이 통계가 뻥튀기라고 무시하기에는 오늘날 우리 한국의 향락산업 실태는 예사롭지 않다. 길거리엔 러브호텔, 룸살롱, 안마시술소, 퇴폐이발관이 빼곡하다.

또한 PC방은 물론이고 이름마저도 기묘한 키스방, 전화방이 널려있고 인터넷에는 이른바 ‘야동’이라 불리는 성인섹스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사이트와 원조교제와 성매매를 알선하는 사이트가 널려있다. 가히 섹스천국이라 할 만하다. 뉴스위크의 근거없는 과장보도를 탓 하기 전에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포르노 국가’라고 비칠만한 빌미를 주지는 않았는지 먼저 반성해 볼 일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