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성공’과 관련된 서적을 고를 때 가장 많이 착각하는 게 있다. 각각의 책이 제공하는 ‘성공 방정식’에서 방향성을 길어내려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입었던 성공이라는 ‘내의’를 내게 맞춰 입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사람마다 환경 재능 재산 나이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좋은 건 타인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방법이다. 이 책은 그러한 요청을 잘 반영하고 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경영 분석가로 꼽히는 공병호 박사가 ‘무한 질주’를 거듭하다 하루아침에 몰락의 역사를 맛본 기업들의 속사정을 소개한다. 경영자는 이 책을 통해 기업의 생존을 가로막는 7가지 함정을 살펴보며 교훈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무너진 대기업 가운데 특히 한보그룹 사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1923년생 세무공무원 출신으로 사업을 시작한 정태수 회장은 강력한 로비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사람이다. 그는 “수단은 목적을 합리화한다”는 논리를 현실에서 실천에 옮긴 대표적인 기업가다.

정 회장은 필요할 경우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돈을 질러주기로도 유명했다.

이후 정 회장은 자신의 주특기였던 ‘로비’ 때문에 발목을 잡힌다. 훗날 한보 청문회를 통해서 ‘한보비리 사건’이 밝혀진 바와 같이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소속 홍인길, 황병태 의원뿐만 아니라 야당 소속이었던 정대철, 권노갑 의원을 비롯해 김우석 내무부장관, 문정수 부산시장 등이 대출 관련 청탁 또는 국정감사 선천 청탁 등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공 박사는 “로비라는 것이 사업에서 불가피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하더라도 여러 비리 사건에 계속해서 노출되고 반복적으로 법정에 서야 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면서 “기업이란 것은 작은 규모를 넘어서게 되면 크든 작든 간에 지속성장을 위해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풀이한다.

공병호 지음 / 해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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