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31년 전 5월, 광주에선 신흥 군부와 광주시민 간의 유혈충돌이 있었다.

거리는 중무장한 군과 시민들에 의해 탈취된 차량과 무기로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으며, 아비규환(阿鼻叫喚) 그 자체였다.

지금 중동과 북아프리카가 겪는 몸살이 우리의 지난 역사를 거울로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싶다.

튀니지의 한 자그마한 도시에서 한 청년의 분신자살 사건은 ‘재스민 향기’가 되고, 아프리카와 중동을 넘어 유럽 그리고 아시아로 번지는 나비가 되어 훨훨 나르고 있다.

이 나비는 30년의 철옹성도, 42년의 철권도 어찌하지 못할 기세다. 그리고 높아진 교조주의자도 악의 축도 그 위협의 사정권 안으로 서서히 들어오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49년), 북한의 김일성(46년)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독재자가 바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42년)다. 이러한 리비아도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민혁명이 성공하자 트위터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긴급 차단했으며, 심지어 취재진의 입국 또한 불허하고 반체제 인사를 긴급 체포 구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오히려 시위의 기폭제로 작용했을 뿐이었다.

무바라크와는 다르다고 호언장담하며 시위초기엔 군중에 나타나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확인되지는 않지만 베네수엘라로 피신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제2도시 벵가지와 카다피의 고향인 지중해 연안의 시르테도 시위대의 수중에 들어갔으며, 수도 트리폴리도 정부군의 전투기 폭격으로 수백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면서도 반정부 시위대는 국영방송 2곳과 주요관공서를 수중에 넣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제 관심은 다른 나라로 이어진다. 바로 거대 중국이다. 요즘 이 재스민혁명의 바람이 중국에까지 불고 있다. 22년 전(1989년), 수천 명의 사망자와 수만 명의 부상자를 낸 천안문 사건 이후 처음으로 민주화 시위의 징조가 지금 중국에서 일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모리화 혁명 등 ‘재스민 혁명’을 일으키자”는 선동 글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전국 13개 주요도시로부터 급속히 퍼지고 있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후진타오 주석이 직접 나서 카다피의 전례를 그대로 답습하며 모든 인터넷을 차단할 것을 지시하므로 일단 시위는 산발적으론 있었으나 확산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그 불씨가 언제 다시 살아날지 중국 당국은 초 긴장상태에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만약 중국에까지 민주화 열풍이 불어 닥치게 된다면 상황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다는 데 공동의 인식이 필요하다.

제2의 경제·군사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자국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세계경제의 흐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더욱 예민하게 지켜봐야 할 것은 단순히 민주화 시위의 차원을 넘어 56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으로선 분리 독립의 기회로 삼자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야말로 거대 중국은 역사 이래 가장 혼란한 국면을 맞게 될 것이며, 그 여파는 세계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결국 세계는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그것은 어쩌면 새 시대를 향한 기회로 연결될지도 모른다.

중국의 시위조짐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바로 이 한반도의 문제와도 밀접하다는 사실에 귀 기울여야 한다.

중국의 민주화 바람은 결국 북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그 결과로 고무적인 양상으로 발전해 나갈 공산은 크다 하겠으나, 그 과정에서 나타날 비극의 참상은 참으로 참혹할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쉽게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디로 튈지 모를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미리 예측하고 대비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꿀 줄 아는 슬기롭고 지혜 있는 민족이 돼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좋은 영토, 좋은 문화를 허락했음에도 한편으론 모든 시련과 연단을 겪고 이겨내게 한 것은 이처럼 세계의 혼란 가운데 그 중심에서 하나의 아름다운 지구촌을 만들어 가라는 시대적 명령이 숨어 있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한 청년의 죽음이 만들어 낸 재스민 향은 결국 이 지구촌의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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