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직무 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 책자(임금체계 개편 관련 매뉴얼) 발간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직무 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 책자(임금체계 개편 관련 매뉴얼) 발간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노동부, 기업 지원 방향 발표

“국내 호봉급 임금체계 여전해”

“경제성장률·고령화로 문제 多”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고용노동부(고용부)가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에서 벗어나 직무·능력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13일 고용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 지원 방향’과 ‘직무 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 책자 발간과 관련한 내용을 발표했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인구구조 변화 등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그에 맞는 인사노무관리 방식이 필요하다”며 “이는 불가피한 시대적 변화이자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과거의 호봉제는 긍정적 역할과 기업의 성장 과정에 필요했지만, 경제성장률이 연 3% 미만으로 지속되고 인구구조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근속에 따른 임금상승은 고령화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켜 청년 채용 여력 감소 및 중·고령자 조기퇴직을 유도할 우려가 있다”며 “일의 내용이나 능력보다 입직형태·근속기간 등이 중시돼 비정규직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되고, 정규·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확대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비슷한 일을 하더라도 호봉 때문에 임금격차가 크거나, 서로 다른 일을 하는데 호봉이 같아 임금의 공정성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 결과 호봉급 임금체계를 운영하는 사업장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근속년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인상되는 ‘연공급적 성격’이 많았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임금 연공성 국제비교(2015)’ 조사에 따르면, 1년 미만 대비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이 약 3.3배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EU 15개국 평균의 약 2배에 이른다.

고용부는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 책자를 제작·배포해 직무급을 중심으로 임금체계 변화 필요성 및 절차·방식, 고려사항 등에 대해 현장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임 차관은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임금체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노·사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사례를 발굴·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노·사의 노력이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에선 정부가 이날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대해 노사정 협의가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는 노·사 소통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으나, (일방적인) 정부 가이드라인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며 “일방적인 임금체계개편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개선을 위한 노·정 협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우리나라와 같이 수십 년간 대표적 임금체계로 자리잡힌 연공급형 임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충분한 논의 기간을 가지며 함께 해결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번 지원안은 노동계와의 사전 협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마련함으로써 노정간 신뢰를 또다시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금 격차 및 양극화의 근본 원인은 재벌대기업의 갑질과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대·중·소기업간, 원하청간 불공정거래이며, 노동자의 임금체계 개편만으로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임금체계 확산 지원안을 당장 철회하고 향후 공식 협상테이블에서 노사와 함께 재논의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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