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지도자들, 학살중단 촉구

(카이로=연합뉴스) 리비아의 민주화 시위가 전국 6개 도시로 확산하고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군경을 동원, 시위대를 강제 진압하는 가운데 동부 벵가지 등 6개 이상 도시에서 지금까지 최소한 200명이 희생됐다고 현지 의사가 20일 밝혔다.

이 의사는 이날 AP에 익명으로 지난 6일간 계속된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적어도 200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울고 있다. 왜 국제사회는 이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가"라고 호소했다
이날 다리에 총상을 입은 한 남자는 지난 18일 정부군에 의해 살해된 35명의 시위자 시신을 담은 관들을 공동묘지로 운구하던 시위대가 벵가지의 카디피 관련 시설을 지날 때 보안군이 공중에 먼저 총을 쏜 뒤 군중을 겨냥, 발포했다고 전했다.

한 의사는 보안군 총격으로 4명이 다쳤으며 이중 2명은 위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목격자들은 AP에 리비아군 특공대와 외국인 용병, 카다피 지지자들이 전날 벵가지에서 소총과 중화기, 칼로 시위대를 공격했다고 증언했다.

벵가지의 2개 병원 중 한 곳에서 일하는 의사는 약품 등이 떨어져 부상자 70여 명을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아랍권 방송인 알-자지라는 리비아 반정부 시위의 메카로 떠오른 제2의 도시 벵가지에서는 최근 군부대가 카다피 국가원수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실탄을 발포해 수십 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RW)도 현지 병원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으로 모두 100명 이상이 숨졌다며 시위가 수도 트리폴리로 확산이 임박해짐에 따라 '대참사'를 우려했다.

다른 목격자들은 AFP에 전화로 트리폴리에서 200km 떨어진 지중해 연안도시 미스라타에서도 보안군과 반정 시위대가 충돌했다고 밝혔다.

이들 목격자는 아프리카 용병들의 지원을 받은 보안군이 시위 군중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난사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희생자 수가 최대 2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으며,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과 연계된 신문 알-쿠리나는 벵가지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던 지난 18일 24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알-쿠리나는 당시 보안군이 무기고가 있는 경찰본부와 군 기지에 대한 시위대의 `공격'을 저지하려고 실탄을 발사했다고 덧붙였다.

리비아에서 유혈사태가 확산하자 이슬람 지도자 50명은 무슬림의 자격으로 시민에 대한 살해 행위를 중단하라고 보안군에 호소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수도 트리폴리를 비롯해 여러 지역의 종교 지도자인 이들은 "체제 내에 있는, 혹은 어떤 식이든 체제를 돕는 모든 무슬림에게 호소한다. 무고한 사람의 살인은 우리의 창조주와 그의 예언자(모하메드)가 금지하는 악행"이라며 "당신의 형제자매를 죽이지 말라. 학살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기관총과 중화기를 시위대에 발포해 사망자 수가 급증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중에 즉각 보안군을 통제하라고 카다피에 촉구했다.

카다피 정권은 현재 리비아에서 벌어지는 시위상황을 취재할 수 없도록 외신 기자들의 입국을 불허하고 있으며, 기자들의 벵가지 방문도 금지하고 있다.

또한 리비아 내의 휴대전화 서비스는 수시로 중단되고 있으며, 인터넷도 며칠 전부터 끊긴 상태다.

리비아 주재 영국 대사를 지낸 리처드 달톤 경은 인디펜던트와 한 인터뷰에서 "카다피가 살아 남으려고 양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리비아 체제의 태도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방식"이라고 말했다.

1969년 무혈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카다피는 1977년에 사회주의와 이슬람주의, 범아랍주의를 융합한 `자마히리야(인민권력)' 체제를 선포하고 독특한 형태의 `인민 직접 민주주의'를 리비아에 구현하겠다면서 의회 제도와 헌법을 폐기하고 전제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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