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따라다니는 돈 걱정··· 씁쓸한 ‘주독야경’ 현실
“더 이상 개인 문제 아냐··· 사회 전체 나서야”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오죽했으면 자살했을까요.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해요.”

지난 9일 강원 강릉에서 한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대학교 3학년에 대학 중이던 유모(22) 씨가 번개탄 3개를 피워 놓고 자살을 기도한 것. 경찰은 사건 당시 방 안에서 복권과 학자금 대출 서류 등이 함께 발견돼 학생이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해 숨진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지었다.

이처럼 대학생 등록금 마련의 부담감이 현실로 나타나자 재학생들은 입을 모아 공감하는 목소리를 냈다. 대학 졸업자가 90% 이상에 달하고 있지만 사회 구조가 취약해 학비 마련의 부담감이 고스란히 학생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게 대학생들의 하나같은 하소연이다.

권승우 경북대 총학생회장은 “나 역시 농부의 아들로 어렵게 등록금을 마련하고 있어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 안타까운 듯 입을 열었다.

학비 마련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 그는 “일부에서는 국립대여서 부담이 적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대학 진학 당시 등록금이 저렴한 대학을 선택했다는 자체가 대학생의 가정이 학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학비 마련을 위해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 현대는 ‘주경야독’이 아닌 ‘주독야경’의 시대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학비 마련에 대한 부담은 학기 중에도 늘 따라붙는 고민거리라는 얘기다.

유기섭 강원대 총학생회장은 “주경야독이란 말은 옛말이다. 학생들은 낮에 수업을 듣고 밤에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사범대학과 같은 특수대학은 심지어 주말도 반납하고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해 학비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유 학생회장은 “학기 중은 물론 방학마저도 학생들은 학비를 마련 한다”며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견문을 넓혀야 할 시기에 다른 쪽에 집중을 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큰 손해”라고 전해,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1000만 원 학비 시대. 대학생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대학생들은 더 이상 등록금 문제는 개인의 문제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박병권 경희대 학자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10명 중 9명은 대학을 졸업하고 있다. 한국은 고등교육을 희망하는 자가 OECD 국가 중 최고수준인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은 7.0%로 국민부담이 큰 비정상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등록금 마련을 비관해 자살하고, 정부 학자금 지원을 받지 못해 사(私)금융 이자를 갚느라 학기 중에도 학비를 버는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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