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한국트리즈 경영아카데미 원장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인생의 목적은 완전하게 태어나는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매 순간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어떻게 하든지 관계없이 시간은 흘러 하루하루 지나간다. 내가 숨 쉬는 이 순간은 다시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나의 삶은 전진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에는 재방송(replay)이 없다는 말도 있다. 단순히 숨 쉬는 것과 삶을 살아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시간의 구경꾼으로서 시간을 따라가는 것이고 후자는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 시간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시간의 노예가 아닌,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수 씨는 우리들에게 세상의 중심은 오직 나에게 있고 자유자재로 시간을 운용하는 자만이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조선 시대의 신흠(申欽)은 시조에서 “매불매향(梅不賣香, 매화는 향기를 팔지 않는다)”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오동나무는 천 년을 살아도 그 가락을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을 추위 속에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느니.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은 남아 있고, 버들은 백 번을 꺾여도 또 다시 새 가지가 나온다네’.
추운 겨울이 아직도 버티고 있는데 이미 절기는 입춘을 넘었다. 춥다고 해도 봄은 봄인 것이다.

위의 두 내용을 결합하면 아향류 시향류(我香流 時香流)가 된다. 이는 ‘내가 내 시간의 주인공이므로 내가 향기롭게 흐르면 시간도 향기롭게 흐른다’는 것이다. 우리의 과거가 우리의 현재를 만들고 우리의 현재가 우리의 미래가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그런데, 어떻게 향기를 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어린 왕자, 멘토를 만나다>라는 책을 보면 ‘잘 사는 일곱 가지 비결’이 쓰여 있다. 그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돈보다는 보람을 위하여 일하는 것, 베풀어서 더 큰 것을 얻는 것, 자연과 책을 사랑하는 것, 시간을 소중하게 쓰는 것, 심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조심해서 다루는 것, 가볍게 떠날 준비를 하는 것 등이다.

즉, 이것들은 인생을 향기롭게 사는 비결이다. 세상사 모든 게 내가 보내는 시간과 관계가 있다. 어느 시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 시간의 선택은 자신의 인생의 목표와 그에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좌우된다.

나의 블로그에 최근 Amy Sillman, Dganit Blechner, Laurence Jenkell, Laura Owens, Jean Michel Basquiat 등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면서 느끼는 게 있다. 작가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모습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작품들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느꼈다. 분명 그들은 자신의 그림의 목표, 의미를 분명하게 가져간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최근 화랑미술제에서 만난 어느 여류작가와 대화를 했다. “그림이 안 팔리는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쉽게, 많이 그리세요.” 답이 딱히 없는 게 미술 시장이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힌트가 나온다.

27세의 젊은 생을 불꽃처럼 살다간 뉴욕 태생의 낙서주의 흑인화가인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는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를 보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뉴욕 거리의 벽에 그래피티를 그리다가 마약과 바꾼 그림 한 장이 평론가의 손에 들어가면서 졸지에 유명해졌다고 한다.

이런 극적인 드라마는 현실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적다. 그러나 어쨌든 차별적인 개성과 의미 있는 노출이 발탁의 조건임은 분명하다. 그 조건들을 만들어 가는 바탕에 ‘잘 사는 일곱 가지 비결’을 실천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 왕이 새끼 매 두 마리를 선물로 받아서 키웠는데 한 마리는 잘 날고 한 마리는 항상 나뭇가지에만 앉아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왕은 앉아있는 그 매를 날도록 하는 방법을 수소문했지만 잘 안 됐다. 그러던 중 어느 농부가 아이디어를 냈다. 항상 앉아 있는 나뭇가지를 잘라버린 것이다. 매는 스스로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드디어 날았던 것이다.

누구나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살아간다. 단지, 그 잠재력이 대부분 현실화되지 않는 것이다. 잠재력을 꽃피우려면 나의 나뭇가지는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나뭇가지는 사고의 관성(psychological inertia)이다. 요사이 사고의 관성을 깨는 훈련으로 트리즈(TRIZ)가 대세다. 무릇 사람은 배우면서 발전한다. 시간을 아껴서 좋은 것을 많이 배우는 것이 남은 인생을 대비하는 자세일 것이다.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가 “사람들이 시(poem) 구절을 두 번씩 읽듯이 내 그림도 그렇게 유심히 보기를 바란다”고 했듯이 세심한 관찰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아향류 시향류(我香流 時香流)를 방해하는 나뭇가지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