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일 새벽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서 ‘자이언트 펭TV’의 펭수가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일 새벽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서 ‘자이언트 펭TV’의 펭수가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1.1

“새해엔 공무원시험 합격하길”

“정부가 중심을 바로 잡아야”

‘펭수’보러 보신각 찾은 시민도

[천지일보=최빛나·이수정 기자] “10, 9, 8, 7, 6, 5, 4, 3, 2, 1. 땡! 땡! 땡!”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카운트다운과 함께 쩌렁쩌렁 울린 33번의 종소리로 2020년 1월 1일 흰쥐의 해인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시작됐다.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자 시민들은 너도 나도 큰 환호성을 질렀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거나 꼭 끌어안아주며 희망 가득한 새해를 맞이했다.

앞서 보신각 주변거리에는 이른 저녁부터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 귀마개로 무장한 시민들로 가득했다. 2019년을 뒤로 하고 2020년을 맞이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의 눈망울은 유난히 반짝거렸다.

지난 2019년 기해년(己亥年)은 ‘강원산불’ ‘소방헬기 추락’ 등 곳곳에서 터진 재난과 사건, ‘버닝썬 게이트’부터 국민을 둘로 나눈 ‘조국 사태’까지 한시도 잠잠한 날이 없었다. 이처럼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는 타종식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시민은 서울시와 경찰 측 추산 10만여명에 달했다.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강추위에도 한자리에 모인 시민들은 한해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과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이 가득한 소망을 전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일 새벽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일 새벽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

처음으로 보신각에서 새해를 맞이한다는 김영수(30, 남)씨는 “서울에 살고 있지만 보신각에서 맞이한 새해는 처음”이라며 “결혼하기로 약속한 여자친구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자친구를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김씨는 “한 여자의 남자로, 가장으로 살아갈 날이 기대된다”며 여자친구를 향해 “사랑한다. 행복하게 잘 살자”고 말하며 활짝 웃어보였다.

노량진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이영윤(28, 여)씨는 “원래 오늘도 기숙사에서 공부하려고 했지만, 머리도 식힐 겸해서 친구와 함께 오게 됐다”며 “예상보다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고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어 “고향이 부산이라 서울에 혼자 떨어져 지내다보니 부모님이 항상 걱정하신다”며 “내년 공무원 시험에는 꼭 합격해서 아빠·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다”고 염원했다.

EBS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뿐 아니라 유튜브와 각종 방송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펭수를 보기 위해 가족과 함께 보신각을 찾았다는 김우주(10)군은 펭수가 종 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돼 기쁘다고 했다.

타종식이 시작되기 전 김군은 “올해 반에서 회장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내년에도 꼭 다시 회장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어야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일 새벽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소원을 빌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일 새벽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소원을 빌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

매년 타종행사에 참여했다는 황우균(70, 남)씨는 “올 한해 나라가 너무 시끄럽고, 유독 힘들었다”며 “내년에는 정부가 중심을 바로 잡고 민심을 헤아리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타종 행사를 보러온 외국인도 있었다. 난생 처음 한국의 타종행사를 본다는 데릭(36, 남, 미국 조지아)씨는 “한국인들이 보신각 앞에서 모여 한마음으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문화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우연히 일자리를 구하게 됐는데 아직 정규직은 아니다”라며 “내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얘기했다.

특설무대가 마련된 보신각에선 미스트롯 조정민, 걸그룹 HINAPA, 락그룹 노브레인이 참여한 ‘제야의 종 K-POP콘서트’와 전통춤공연 ‘평화의 인사’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인파가 모인 보신각 주변과 외곽에는 시민들의 안전관리를 위해 소방 펌프차·구급차 25대와 소방공무원, 경찰이 배치됐다.

제야의 종 타종행사는 올해 국민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은 크리에이터 ‘펭수’와 이춘재·고유정 등 다수의 살인사건 및 강력범죄 수사에 참여한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 볼링종목 다관왕을 차지한 신다은 선수와 박원순 시장을 비롯한 고정인물 5명과 12명의 시민대표가 함께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일 새벽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EU대표부 대사,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여한 강영구씨,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 이수정 교수, 신다은 선수, '자이언트 펭TV'의 펭수, 류현진 선수 등이 함께 타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일 새벽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EU대표부 대사,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여한 강영구씨,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 이수정 교수, 신다은 선수, '자이언트 펭TV'의 펭수, 류현진 선수 등이 함께 타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1.1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 계약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류현진 선수도 이날 타종 행사에 참여했다.

이뿐 아니라 여성 스타트업 발굴·육성에 앞장선 박미경씨, 장애인 권익보호에 힘쓴 김동현 변호사,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시민화·전국화·세계화를 위해 앞장선 이철우씨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대표가 타종했다.

타종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는 국내 안팎으로 시련이 많았지만, 2020년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이 모든 어둠을 물리치고 새롭고 희망찬 한 해를 맞았으면 좋겠다”며 “경제도 민생도 살아나고 단결과 협력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타종행사를 보고 늦게 귀가하는 시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버스와 지하철의 막차시간을 연장 운행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