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구제역 바이러스는 홍콩·러시아 바이러스와 거의 일치
조사결과 알고도 정부 ‘농장주에 책임 전가’ 의혹
방역당국 “유전자 정보는 참고자료일 뿐” 반박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지난해 발생한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의 원인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4일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베트남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상관이 없다”는 내용의 자료를 발표하면서 파문이 시작됐다. 이에 그동안 베트남을 구제역 전파지로 지목해왔던 정부당국이 즉각 반박하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날 이 의원은 국제 식량농업기구(UN FAO)에서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와 홍콩, 러시아 등 타 지역의 바이러스를 비교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2010년 11월 발생한 안동 바이러스는 홍콩 러시아 바이러스와 99% 일치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안동 구제역의 발생 원인을 지금까지 한 농장주의 베트남 여행으로 보고 있던 정부의 견해와 배치될 수 있는 내용이다.

이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 트리에서도 베트남 바이러스는 없으며, 오히려 지난 2010년 4월에 발생한 강화 바이러스와 안동 바이러스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미 국내에 토착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이 의원은 FAO의 조사 결과가 이미 지난해 11월 30일에 나와 있었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은폐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정부가 조사 결과를 알고도 숨기고 안동 구제역의 발생을 당시 베트남을 여행했던 농장주의 책임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이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방역당국은 유전자 정보는 참고자료일 뿐 역학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유입원인을 추정한다면서 반박에 나섰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주이석 질병방역본부장은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를 조사한 결과 2010년 홍콩과 러시아, 일본, 2009년 베트남에서 보고된 바이러스와 90% 이상 일치율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베트남만 2009년도의 것으로 비교한 점에 대해서는 “베트남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는 국제기구 등에 공식 등재된 것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 부장에 따르면 안동, 홍콩, 러시아, 베트남 구제역 바이러스의 일치도 1% 정도는 큰 차이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 세 국가 중 베트남을 여행했던 농장주가 역학조사상 구제역의 원인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춘석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역학관계에 대한 조사는 증명이 된 유전자를 보충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한 뒤 “(정부가) 베트남에 다 발생했다는 것을 이미 공개했기 때문에 거기에 정부가 짜 맞추려고 어거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방역당국이 안동 바이러스와 2009년 베트남 바이러스와 비교한 부분에 대해서는 “2010년도 것이 버젓이 사이트(FAO)에 올라와있다. 2010년도에 그 표준하는 유전자가 없어서 2009년도 것을 참조했다고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2009년도 것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베트남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짜 맞추기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민주당은 당장 구제역 은폐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 의원은 “국정조사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원내 수석부대표 합의사항 중에서 요구사항”이라며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구제역에 대한 국정조사를 걸고 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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