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마지막 주말인 3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이 구세군 자선냄비 앞을 지나고 있다. ⓒ천지일보 2017.12.30
2017년 마지막 주말인 3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이 구세군 자선냄비 앞을 지나고 있다. ⓒ천지일보 2017.12.30

1억 1400만 1004원 적힌 수표 나와
기부금 전달 방식 지적 목소리 제기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구세군 냄비에 올해 첫 억대 수표 기부자가 나타난 것에 대해 네티즌들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10일 구세군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께 60대 정도로 보이는 한 남성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에 마련된 자선냄비에 봉투 하나를 넣고 떠났다.

구세군 측이 봉투를 열어 확인한 결과 1억 1400만 1004원이 적힌 수표가 나왔다. 기부액은 마치 ‘천사(1004)’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같은 날 60대쯤으로 보이는 남성이 5만원 짜리 40장으로 채워진 현금 200만원이 담긴 봉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고액 기부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아이디 핵***는 “구세군에 돈 넣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왜 항상 구세군에 얼굴 없는 천사 이야기가 매년 끊이지 않고 그것도 비슷한 시기에 나올까”라고 반문하며 “이런 낚시 기사 그만 좀 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그는 “더 중요한건 내가 1000원 내면 정말 불우이웃한테는 얼마나 갈까”라고 물으며 “십일조 떼고 100원 간다. 나머지는 구세군이 다 먹는다. 그러니 저렇게 돈 넣으라고 하는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세군에 자물쇠 채워서 오늘은 불우이웃 누구, 소녀가장 누구 이런 식으로 고스란히 나눠주면 몰라도 지금의 기부 방식으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기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내가 낸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을 수 있다’는 불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부금을 부정하게 사용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이어진 데다 기부를 요구하는 자선단체가 난립하면서 기부에 대한 시민들 불신이 깊어졌다는 해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정 기부금단체는 2013년 2584곳에서 지난해 4013곳으로 55%가량 급증했다. 여기에 결손아동 기부금 127억원을 횡령한 ‘새희망씨앗 사태’와 딸 치료비 명목으로 기부금 12억원을 유용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 지난해 연달아 터지면서 기부 문화가 더욱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2016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서울시민의 64.6%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로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관심부족 14.8%, 기부단체 불신 11.7%, 직접적인 요청을 받은 적이 없어서 6.4%, 기부방법을 몰라서 2.5% 등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하면 경제적 사정도 있지만, 결국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이 기부에 참여하지 않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내 기부금이 과연 알맞게 쓰이는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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