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1400만 1004원 적힌 수표 나와
기부금 전달 방식 지적 목소리 제기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구세군 냄비에 올해 첫 억대 수표 기부자가 나타난 것에 대해 네티즌들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10일 구세군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께 60대 정도로 보이는 한 남성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에 마련된 자선냄비에 봉투 하나를 넣고 떠났다.
구세군 측이 봉투를 열어 확인한 결과 1억 1400만 1004원이 적힌 수표가 나왔다. 기부액은 마치 ‘천사(1004)’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같은 날 60대쯤으로 보이는 남성이 5만원 짜리 40장으로 채워진 현금 200만원이 담긴 봉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고액 기부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아이디 핵***는 “구세군에 돈 넣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왜 항상 구세군에 얼굴 없는 천사 이야기가 매년 끊이지 않고 그것도 비슷한 시기에 나올까”라고 반문하며 “이런 낚시 기사 그만 좀 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그는 “더 중요한건 내가 1000원 내면 정말 불우이웃한테는 얼마나 갈까”라고 물으며 “십일조 떼고 100원 간다. 나머지는 구세군이 다 먹는다. 그러니 저렇게 돈 넣으라고 하는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세군에 자물쇠 채워서 오늘은 불우이웃 누구, 소녀가장 누구 이런 식으로 고스란히 나눠주면 몰라도 지금의 기부 방식으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기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내가 낸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을 수 있다’는 불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부금을 부정하게 사용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이어진 데다 기부를 요구하는 자선단체가 난립하면서 기부에 대한 시민들 불신이 깊어졌다는 해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정 기부금단체는 2013년 2584곳에서 지난해 4013곳으로 55%가량 급증했다. 여기에 결손아동 기부금 127억원을 횡령한 ‘새희망씨앗 사태’와 딸 치료비 명목으로 기부금 12억원을 유용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 지난해 연달아 터지면서 기부 문화가 더욱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2016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서울시민의 64.6%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로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관심부족 14.8%, 기부단체 불신 11.7%, 직접적인 요청을 받은 적이 없어서 6.4%, 기부방법을 몰라서 2.5% 등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하면 경제적 사정도 있지만, 결국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이 기부에 참여하지 않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내 기부금이 과연 알맞게 쓰이는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