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얼마 전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숙정 성남시의원이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며 동 주민 센터를 찾아가서 직원을 모욕했다. 무슨 일인가 살펴봤더니 취업 창구 보조를 담당하는 공공근로 여직원 이모 씨가 전화 통화 때 자기 이름을 못 알아들었다는 이유라고 했다. CCTV에는 이 의원이 구두를 벗어 던지고, 서류뭉치를 던지며, 무릎을 꿇으라고 소리치면서 여직원의 머리카락을 붙잡으려 하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기록됐다.

이에 격분한 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이 의원을 비난하고 나섰다. 결국 이 의원의 소속 정당인 민주노동당에서 이정희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와 함께 징계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의원은 아예 민주노동당을 스스로 탈당했다. 그녀는 이제 민주노동당원은 아니지만, 여전히 성남시의원인 것이다.

이같이 빠르게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신과 전문의인 필자는 ‘권력(權力)’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 권력이란 다른 사람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을 말한다. 권력은 공인된 분야에서 그리고 한계가 설정돼 있는 가운데서 발휘해야 사람들이 납득을 하고 따르게 된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들은 아직도 권력을 자신의 힘이나 지위로 간주해 남용하는 것 같다. 바로 이숙정 의원과 같은 사람들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치란 또 무엇인가. 그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로서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을 말한다.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그들이 해야 할 활동은 국민 또는 시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등의 역할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치인들에게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플러스알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권의 개입 또는 사람들의 대접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정치인들에게 입법 로비 활동을 하거나 또는 머리를 조아리면서 “의원님… ”이라고 존대하는 것이다.

일부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정치인들은 이러한 현상을 권력이라고 착각하면서 대단한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다. 그러나 반대로 다른 사람들의 대접이 소홀하다고 느꼈을 경우 비정상적인 분노가 폭발하기도 한다. 정신과적 질병 가운데서 ‘자기애성 인격 장애’라는 것이 있다. 이 병은 자신을 정말 대단하고 특별한 존재로 여겨서 과장된 자신감 외에 대인관계에서의 착취, 타인에 대한 공감의 결여 등을 보인다. 또한 남으로부터 과도한 숭배를 요구하고, 특별히 호의적인 대우를 받기를 기대하며, 오만하고 건방진 태도를 가진다.

어려서부터 자존감 또는 열등감과 관련된 갈등과 결함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와 민중 주체의 민주정치를 정강정책으로 표방하고 있다. 노동자와 민중은 잘난 척 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려 하지 않고, 자신들을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그들을 주체로 삼으려는 목표를 가진 정당인이 오히려 그들을 이용해 자신의 잘못된 권력 또는 영달을 추구했다면, 그것은 지독한 위선이요 배신이다.

하긴 그녀는 더 이상 민주노동당 당원이 아니니 할 말이 적어졌다. 그러나 아쉬움은 있다. 사람들 앞에서 머리를 숙이며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오히려 자기반성 차원에서 당의 징계 절차를 밞았다면 어땠을까. 민주노동당이라는 방어막이 이제 자신의 정치 인생에 걸림돌이 되거나 또는 그래도 마지막까지 시의원 행세를 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개인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모습이 어쩌면 민초들의 평범함과 비슷한 것 같아서 한편으론 반갑기도 하지만, 더 큰 다른 한편으론 안쓰럽고 실망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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