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출처: 연합뉴스)
2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출처: 연합뉴스)

바그다드서 반정부시위 이어져

AP통신 “사흘간 16명 숨졌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주말(중동 이슬람권은 대부분 금·토요일)인 22~23일에 이어 24일에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면서 유혈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와 군경은 정부 청사가 모인 ‘그린존’으로 향하는 아흐라르, 줌후리야, 시나크 다리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23일 밤에는 이들 다리에서 밤샘 시위도 벌어졌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군경은 시위대의 전진을 막으려고 최루탄과 고무탄, 실탄을 발사했고 시위대는 타이어에 불을 붙이고 돌을 던졌다.

알자지라 방송은 현지 의료진을 인용해 지난 22일 바그다드에서 실탄과 발사형 최루탄을 맞아 최소한 4명이 죽고 61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는 사망자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지난 23일에도 시위대와 군경이 물리적으로 충돌해 고무탄을 맞은 시민 1명이 즉사, 12명이 부상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AP통신은 21∼23일 사흘간 바그다드에서 시위대 16명이 공권력에 의해 숨졌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의 경우 23∼24일 바그다드에서 실탄에 맞은 시민 3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부상했으며 남부 바스라의 움카스르항구 부근에서 실탄에 맞은 시민 2명이 사망하고 7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24일 시위는 남부 나시리야, 케르발라에서도 벌어졌다. 알자지라 방송은 “시위 현장에서 만난 이라크 시민들은 ‘정부가 국민의 요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인다고 믿지 않는다’라고 했다”며 “아무리 위험해도 그들은 매일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의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됐다. 심각한 실업난, 민생고,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규탄하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여 두 달 가까이 수도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남부 지역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군경이 실탄을 쏘는 등 강경 진압으로 약 350명이 숨졌다. 이번 반정부 시위와 관련, 미국은 이란의 내정간섭에 이라크 국민이 반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라크 현 정부에 우호적인 이란은 미국,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이 배후에서 선동했다고 반박한다.

이라크에서 가장 존경받는 최고 종교 지도자 알리 알시스타니는 22일 금요 대예배 설교문을 통해 “시민의 죽음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정치권이 선거법을 하루빨리 개정해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일”이라며 의회와 정부를 압박했다.

바르함 살리 이라크 대통령은 개정 선거법이 의회를 통과하면 총선 일정을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의회는 선거법 개정안을 23일 심의하기로 했으나 정족수에 미달해 25일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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