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체여서 4개월 협상 지지부진
정부의 `협상불가' 원칙, 석방에 영향준 듯

(서울=연합뉴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던 한국어선 금미305호(241t)가 9일 석방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금미305호는 지난해 10월9일 인도양에 접한 케냐 앞 해상에서 해적에게 납치된뒤 꼬박 4개월 만에 풀려나게 됐고 지난달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에 이어 해적에 의한 한국인 납치사건은 모두 마무리됐다.

금미 305호는 피랍 직후부터 사건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고 실제로 협상은 답보상태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선사인 금미수산이 케냐 현지에서 배 한 척으로 조업을 할 만큼 영세한 업체이기 때문에 해적 측에 석방금을 지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구나 피랍된 선박에는 금미수산 대표인 선장 김모(54)씨가 타고 있었고 해적들은 케냐의 한국인 선박대리점 관계자와 접촉해야 했기 때문에 협상은 더디게 진행됐다.

해적들은 납치 초기 석방금으로 650만 달러를 요구했다가 협상 도중에서 60만 달러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선장 가족들이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워야 했다.

정부가 해적들과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석방금 대출을 희망하는 김씨 가족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1일 청해부대의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성공으로 금미305호의 해결이 더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삼호주얼리호 석방 이후 해적들이 연락을 끊으면서 금미305호의 협상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고 일각에서는 해적들이 한국인을 보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또 금미305호의 한국인 기관장 김모(68)씨가 말라리아 증세로 위중한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해적들은 뜻밖에 9일 오후 금미305호를 조건없이 공해상으로 풀어줬다고 정부는 밝혔다.

해적들이 전격적으로 금미305호를 풀어준 배경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계속 억류하는 것은 실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적들이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금미305호의 선사 및 가족으로부터 석방금을 타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우리 정부도 석방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정부가 인명피해를 감수하고 삼호주얼리호의 구출작전에 나선 강경한 태도는 해적들의 현실적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금미호 석방과 관련해 "해적들은 `돈벌이 사업'을 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의 의지를 읽은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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