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양성 판정 충주 농민 음독자살
주민 "정성들여 키운소 묻을 생각에 오죽했겠나"

(충주=연합뉴스) 지난 4일 낮 12시30분께 충북 충주시 가금면의 한 야산에서 인근 한우 농장을 운영하던 김모(61)씨가 독극물을 마시고 숨져 있는 것을 순찰 중이던 경찰관이 발견했다.

경찰은 "현장에 농약병이 있었고, 유족은 지난 1일 키우던 소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고 오후 김씨가 집을 나가 가출신고를 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김창섭(56)씨는 "그 형님이 30여년전 경북 봉화에서 우리 마을로 이사와 남의 농장의 일을 봐주다 소 1마리를 키우기 시작해 현재 30마리까지 불렸다"면서 "마을에서 2㎞ 떨어진 산 중턱에서 소를 키우며 그 집만은 청정지역이라 구제역이 피해갈 줄 알았는데, 구제역이 사람 목숨까지 잃게 하네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겨울이면 형님이 마을 경로당에 기름도 채워주고 어르신들 심심하지 않게 술도 종종 사 들고 왔다"면서 "일 잘하고 어른 공경할 줄 아는 큰형님 같은 분이었는데, 충격이 너무 커 극단의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끝을 흐리며 구제역이 몰고 온 끔찍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김 씨에게는 팔과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를 앓는 부인과 이제 13살 된 초등학교 6학년생의 아들이 있어 주위를 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씨는 특히 소들에 대한 애정이 깊어 소 사육에 남다른 관심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마을에 사는 김영강(57)이장은 "부인이 몸이 불편하고 농사일에 바쁠 땐 다른 일을 하다가도 아침저녁으로 소밥을 챙겨주곤 했다. 소를 애지중지하며 신경을 참 많이 썼는데.."라고 말했다.

김 이장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날도 김씨가 하염없이 울기만 했고, 소들에게 사료를 주고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평생 소와 생활하고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워온 소를 땅에 묻어야 할 생각에 오죽했겠나"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마음의 고통을 이기지 못한 김씨는 결국 가족들이 보지 않는 사이 집을 나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고 말았다.

김씨의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충주경찰서 관계자는 "아끼던 가축을 도살처분 해야 하는 상황에 심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금면사무소 정창열 면장은 "유족들의 의견에 따라 6일 오전 김씨의 장례를 치를 계획이며 장례 절차 등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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