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정성들여 키운소 묻을 생각에 오죽했겠나"
경찰은 "현장에 농약병이 있었고, 유족은 지난 1일 키우던 소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고 오후 김씨가 집을 나가 가출신고를 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김창섭(56)씨는 "그 형님이 30여년전 경북 봉화에서 우리 마을로 이사와 남의 농장의 일을 봐주다 소 1마리를 키우기 시작해 현재 30마리까지 불렸다"면서 "마을에서 2㎞ 떨어진 산 중턱에서 소를 키우며 그 집만은 청정지역이라 구제역이 피해갈 줄 알았는데, 구제역이 사람 목숨까지 잃게 하네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겨울이면 형님이 마을 경로당에 기름도 채워주고 어르신들 심심하지 않게 술도 종종 사 들고 왔다"면서 "일 잘하고 어른 공경할 줄 아는 큰형님 같은 분이었는데, 충격이 너무 커 극단의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끝을 흐리며 구제역이 몰고 온 끔찍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김 씨에게는 팔과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를 앓는 부인과 이제 13살 된 초등학교 6학년생의 아들이 있어 주위를 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씨는 특히 소들에 대한 애정이 깊어 소 사육에 남다른 관심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마을에 사는 김영강(57)이장은 "부인이 몸이 불편하고 농사일에 바쁠 땐 다른 일을 하다가도 아침저녁으로 소밥을 챙겨주곤 했다. 소를 애지중지하며 신경을 참 많이 썼는데.."라고 말했다.
김 이장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날도 김씨가 하염없이 울기만 했고, 소들에게 사료를 주고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평생 소와 생활하고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워온 소를 땅에 묻어야 할 생각에 오죽했겠나"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마음의 고통을 이기지 못한 김씨는 결국 가족들이 보지 않는 사이 집을 나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고 말았다.
김씨의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충주경찰서 관계자는 "아끼던 가축을 도살처분 해야 하는 상황에 심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금면사무소 정창열 면장은 "유족들의 의견에 따라 6일 오전 김씨의 장례를 치를 계획이며 장례 절차 등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