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터키 시리아 반군이 14일(현지시간) 시리아 만비즈 지역에서 쿠르드족 민병대를 향해 차량에 탑재된 중화기를 발사하고 있다. 시리아 국영방송은 이날 정부군이 만비즈에 진입해 국기를 내걸었다고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친(親)터키 시리아 반군이 14일(현지시간) 시리아 만비즈 지역에서 쿠르드족 민병대를 향해 차량에 탑재된 중화기를 발사하고 있다. 시리아 국영방송은 이날 정부군이 만비즈에 진입해 국기를 내걸었다고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군의 황급한 시리아 철수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점차 발을 빼려는 미국의 방향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국제사회가 보기에 미군의 시리아 철수는 갑작스럽게 진행됐지만,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전반적인 변화를 보여준다며 이같이 진단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한 지 몇 시간 만에 시리아 북동부에서 미군 철수가 시작됐고 이틀 후 터키가 시리아를 침공했다.

터키군의 파상 공세로 주요 국경도시가 순식간에 터키군의 수중에 들어가자 쿠르드 세력은 지난 2014년 미국과 손잡은 후 소원해졌던 ‘미국의 적’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에 손을 내밀게 됐다.

쿠르드는 수니파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에 참여하며 서방의 도움으로 자치를 꿈꿨으나 결국 미군의 배신에 아사드 정권과 러시아에 손을 뻗게 된 것이다. 

미군이 시리아 북부를 떠나자마자 러시아군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동 국가의 한 장관은 “다수가 이제는 새로운 우방을 찾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동맹을 내팽개치지 않고 그들을 위해 싸우며, 이란도 그렇다”고 17일(미국 동부시간) WP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결정으로 시리아 정책이 급변하고 중동 내 힘의 균형이 개편 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결정이 이러한 극적인 사태를 부른 것은 맞지만 근본적 요인은 미국 사회의 전반적 변화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아랍 걸프국 연구소’의 후세인 이비슈는 “긴 결별 과정이 시작됐으며 그 결별은 중동에서 시작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퍼질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고 전망했다.

이비슈는 미군의 시리아 북부 철수가 미국의 개입 중단, 비(非) 관여 기조가 중동을 넘어 세계적으로 확대되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불개입·비관여 기조는 이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부터 강하게 나타났고 트럼프 대통령에 와서 절정을 달리는 것이라고 이비슈는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영자 매체 ‘아랍뉴스’의 필진 무함마드 알술라미도 16일 칼럼에서 트럼프의 변덕이 아니라 관여를 꺼리는 미국 내 광범위한 여론이 시리아 북부 미군 철수로 이어졌다는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술라미는 미국 사회의 불개입 여론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막대한 손실의 트라우마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하면서, “미국이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공화당과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둘러싸고 극심하게 대립하면서도 시리아 철군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협공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부 시리아 철수 결정을 비난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354 대 60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결의안은 의회가 미군의 북부 시리아 철수 결정을 반대하며 터키는 시리아에서 군사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백악관이 이슬람국가(IS)를 지속적으로 격퇴할 계획을 제시하도록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진 못했지만 양당이 터키의 침공을 비난하고 있어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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