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병현 대표가 사막에 나무를 심고 있다. (제공: 미래숲)
권병현 ‘미래숲’ 대표
녹색봉사단 구성·파견
사막 생태계 복원 입증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어머니처럼 무한정 베풀어줬던 지구가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합니다. 지구와 인간은 상생(相生)해야 해요. 인류가 사막화에 대처하지 않는다면 큰 어려움에 처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주변에선 한사코 만류했다. 불가능한 일이자 무모한 행동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실로 성경에 등장하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만들려는 도전은 커다란 장벽에 놓인 듯했다. 하지만 ‘포기’라는 단어는 생각하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겪을 때마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되뇌었다. 결국 사막에 심은 나무는 이러한 ‘뚝심’을 양분으로 삼아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지구의 토지환경 오염이 심각하다고 인식한 사단법인 ‘미래숲’의 권병현(71) 대표. 그는 주중대사 시절인 1998년부터 황사 발원지인 중국 사막화 지역에서 나무를 심었다. 한·중 대학생으로 구성한 녹색봉사대 활동을 통해 4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그 결과 사막화가 진행되기 전 숲에서 살던 벌레와 동물들이 돌아오고 있다. 

“주중 대사로 1998년에 부임할 당시 북경 하늘을 뒤덮은 ‘잿빛 황사’를 목격했습니다. 중국 서북부에서 사막화가 크게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이는 국경도 없는 문제라고 판단했죠. 사막에 나무를 심자고 제안했을 때 중국은 냉소적인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무 심기가 결실을 보자, 중국도 한국과 함께 사막화 방지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습니다.”

권 대표가 2000년에 주중 대사직을 마치고 귀국하자 사막에 식수(植樹)하는 사업은 지지부진해졌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권 대표는 2001년에 미래숲을 설립했다. 이 단체는 매년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구성한 녹색봉사단을 중국에 파견해 한·중 청년교류를 돕고 있다. 현재 9기까지 단원을 배출했으며 올해 10기를 모집하고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녹색봉사단은 지난해 한국나눔봉사대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UN 사막화방지협약의 사막화 방지 성공 사례로 선정되는 쾌거도 이뤘다.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지구는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20세기 후반에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선 거죠. 한계점이 100이라면 2000년도에 120, 지금쯤은 130이 됐을 겁니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젊은 세대에게 돌아갑니다.”

청년 앞세워 희망 심어
사막에 ‘녹색장성’ 조성

사막화 방지를 위해 권 대표가 청년을 앞세우는 이유는 이들이 환경 피해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망가뜨린 지구를 청년이 회복해야 한다는 권 대표는 “녹색봉사단에 인재가 더 몰려오고 있다”며 “글로벌한 봉사단으로 성장해 올해는 일본과 미국 등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막화로 지구에서 사라지는 마을은 약 2만 4천 개에 달한다고 한다. 미래숲은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2006년부터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에서 15km의 띠 모양 녹지대인 ‘녹색장성’을 조성해 왔다. 중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쿠부치 사막은 사막화 현상이 빠르게 일어나는 곳이다. 봄에 한반도를 뒤덮는 황사 발원지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녹색장성은 사망진단을 받은 쿠부치 사막의 모래바람을 막아 사막화 확산을 막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올해부터는 나무 수를 더 늘려 1만 1000ha의 녹지대인 ‘한·중 우호 녹색생태원’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미래숲은 또 지난해 쿠부치 사막 한복판에 나무 심기의 사령부 역할을 할 녹색기지를 건설하는 선포식을 열었다. 이 기지는 나무 심기 연중 관리, 병참 지원 등의 역할을 맡는다.

권 대표는 2009년에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의 초대 ‘지속가능한 토지관리(SLM) 챔피언 겸 녹색대사’로 임명됐다. 올해 10월에는 경남 창원에서 개최하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자문위원장을 맡아 사막화 방지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권 대표는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누구도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포기하지 않고 나무를 심은 결과, 황폐한 사막에 녹색장성이 생겨나면서 사막에도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다는 세계 최초의 실증 사례가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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